청와대 "政局경색 감수"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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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고영구 국정원장 사퇴 권고 결의안에 대한 청와대 측의 반응은 단호했다. "정국 경색을 감수하고서라도 색깔 공세에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서동만(徐東晩)기조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이 사진이 크게 나가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할 때 제일 고민스러운 게 설(說)만 있는 것인데 그것을 가지고 적격.부적격을 심사하는 것은 가혹하고 부당하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그런데 더 불안한 것은 설이 있는데 그대로 가는 것"이라며 "지난번 장관 인사 때 그런 일을 한번 겪어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를 하고 기소되면 해임하려고 마음 속으로 기준을 정하기도 했는데 꼬였고 실제로는 그게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임명된 국정원 간부 중 한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이회창씨 선거를 도와줬다는 설도 들리고…"라고도 했다.

배석했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심복을 국정원에 보내지 않은 것만도 큰 변화 아니냐"며 "국회와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참여정부의 개혁성과 정체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 전문성이 없는 김기섭씨에게 기조실장을 맡길 때도 정치권에선 문제를 삼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이 너무 심하게 나와 대통령의 마음이 상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대변인단이 총동원돼 '거대 야당의 오만'이라며 한나라당 측을 비판했다. 문석호(文錫鎬)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거대 야당의 횡포"라며 "더욱이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해 국회가 임명 가부를 가리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자 의회독재적 선언"이라고 반박했다.

민영삼(閔泳三)부대변인은 "원내 1백53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거대 야당이 된 후 수십차례 방탄 국회와 특검법 단독처리 등 오만한 횡포 정치를 해왔다"며 "시대적 요구인 국정원 개혁을 실천할 인사들을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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