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영화] 상식 뒤엎는 '적과의 동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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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장 프랑수아 리셰 주연 : 에단 호크.로렌스 피시번 장르 : 액션 등급 : 18세
홈페이지 : (www.assault13.co.kr) 20자평 : 여름을 녹이는 냉면 한 사발, 겨자를 좀 더 뿌릴걸.

씨름의 묘미는 뒤집기에 있다. 상대의 힘을 역이용, 모래판에 내다 꽂는 기술이다. 영화에서도 뒤집기는 종종 시도된다. 타깃은 관객의 상식이다. 관객들의 상식이 단단할수록 뒤집기의 폭발력은 커진다.

7일 개봉하는 액션 영화 '어설트 13'의 주된 기술도 뒤집기다. 관객의 상식을 흔들어 놓고서, 이런저런 허점을 향해 샅바를 잡는 식이다. 영화의 배경부터 그렇다. 주된 공간은 미국 디트로이트 13구역에 위치한 경찰서다. 그런데 경찰서는 참 아이러니한 곳이 되고 만다. 악당들이 경찰서를 공격하고, 경찰들은 안에서 총탄을 막기에 급급하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경찰서에 대한 상식이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상식에 대한 테러, 이것이 '어설트 13'이 노리는 표적이다.

12월의 마지막날 밤이다. 디트로이트에는 폭설이 내리고 도로는 마비된다. 죄수 호송 차량이 갑자기 13구역 경찰서로 들이닥친다. 이곳에 근무하는 경관 로닉(에단 호크)은 죄수들을 일단 유치장에 가둔다. 그런데 그중에는 디트로이트 최대의 마약 범죄 조직 보스인 마리온 비숍(로렌스 피시번)도 포함돼 있다.

여기까진 관객의 상식이 척척 들어맞는 대목이다. 그런데 상당한 화력을 가진 조직이 경찰서를 공격해 온다. 여기서부터 뒤집기 기술이 적용된다. 정체불명의 조직이 오히려 비숍을 죽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경찰서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겨냥한다. 경찰이든 죄수든 말이다. 경찰과 악당, 선과 악의 대결이란 이분법적 구도가 결국 무너지고 만다. 경찰서를 지키기 위해 로닉은 죄수들에게 총을 건넨다. 이제 외부의 적을 막기 위해 경찰과 죄수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된다. '상대를 믿느냐' '어디까지 믿느냐'는 의문이 영화의 긴장감을 이어간다.

'어설트 13'은 관객의 상식을 겨냥, 끊임없이 소나기성 잽을 날린다. 객석은 퍼렇게 멍이 들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마무리용 KO 펀치 한 방이 아쉽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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