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몸짓', 스타만능주의에 의미있는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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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도전이자 모험이죠. 하지만 스타 캐스팅이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의미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영희PD의 말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률을 올리려는 스타 만능주의가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주연 모두를 신인 그것도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는 무명 연예인을 기용하는 것은 분명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모험은 현재 대중문화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의미있는 시도이다. 바로 SBS 주말 드라마 ‘그여름의 태풍’ 후속작으로 9월 10일부터 방송될 드라마 ‘몸짓’이다.

이 드라마에는 주연으로 나서는 5명이 모두 신인이다. ‘몸짓’은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의 작가 임성한이 집필을 하는 드라마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앵커, 아나운서, 연예계 스타 등 방송연예계를 배경으로 가족, 연인간의 사랑 그리고 갈등을 그릴 드라마다.

주연으로 나선 윤정희와 이태곤은 드라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CF모델 출신의 연예인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드라마를 이끌어갈 또 다른 주연 왕빛나, 조연우, 강은비는 한두편의 드라마나 영화에 단역이나 조연으로 얼굴을 내민 초짜 신인 연기자들이다.

‘몸짓’의 이같은 신선한 도전은 현재 스타파워에만 기대어 드라마를 제작하는 풍토가 만연한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작업이다. 스타에 휘둘려 극본이 고쳐지고 스타의 엄청난 몸값 때문에 초래되는 제작환경의 열악해지고 간접광고의 횡행하는 등 드라마의 하향평준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인들을 가지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며 연예인의 인적 자원의 배출이라는 절실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KBS에서 시도했던 신인들로 구성된 주연으로 드라마를 제작해 호평을 받은 ‘학교’ 시리즈는 배두나, 김래원, 김민희, 최강희, 안재모, 공유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들이 드라마 ‘학교’에 출연했을 당시에는 그야말로 신인 그 자체였다. 이들이 ‘학교’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스타를 캐스팅 하려면 방송에 임박할때까지 캐스팅에 얽메여 드라마 제작에 온정신을 쓸 수 없습니다. 또한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울 경우 촬영스케줄을 스타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연습과 촬영에 어려움이 많지요. 이런 것들이 드라마의 완성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을 하지요”고 이PD는 말했다.

‘몸짓’ 제작진은 주연 5명을 비롯한 출연진 모두를 캐스팅 마치고 방송 두달전부터 대사연습에서 연기연습 등에 들어갔다. 당일치기식 드라마 제작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러한 오랜 연습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능숙한 스타들에 비해 신인들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작가, 연출자 그리고 연기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이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스타가 없더라도 말이다.

스타 만능주의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낸 ‘몸짓’ 제작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이 스타중심주의에서 파생되는 연예계의 역기능을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몸짓'에 주연으로 나설 신인 연기자, 조연우 왕빛나(왼쪽부터). 사진=올리브나인, 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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