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미스터리] 뭍으로 몰려온 다대포 백합 조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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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6일 주민들이 몰려나와 백합 조개를 줍고 있다(上). 수심 10m 안팎의 바닷속에 서식하는 백합 조개가 느닷없이 백사장으로 올라온 것은 드문 일이다. 부산=송봉근 기자

낙동강 하구를 끼고 남쪽으로 길게 뻗은 땅 끝에 위치한 부산시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지난 5일 이후 조개 밭으로 변했다. 백사장을 따라 20여m 폭으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백합 조개가 떠밀려 온 것이다.

구경 나온 시민들은 "횡재했다"며 자루에 조개를 주워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모래를 파헤칠 필요도 없었다. 주민 박모(40.여)씨는 "20여 년째 이 지역에 살고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신기해했다.

전문가들조차 백합 조개가 이처럼 무더기로 떠밀려온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할 뿐이다.

첫째는 최근에 내린 폭우로 인해 모래 속에 살던 백합 조개가 드러났을 가능성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패류연구센터 김병학 박사는 "5 ~ 6㎝ 크기면 어린 백합 조개로 수심 5m 정도에서 서식한다"며 "폭우로 모래가 씻겨나가면서 드러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백합 조개가 1분에 1m 정도까지 이동하기 때문에 물속 환경 변화 때문에 스스로 물 밖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수와 폭우가 함께 작용해 이번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인하대 홍재상(해양학과) 교수는 "썰물 때 드러나는 곳에 사는 조개들은 물이 빠졌을 때 폭우에 노출되면 낮은 염분 때문에 생리적으로 약해져 이동하지 못한 채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지진이 원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 ~ 30일 하룻밤 사이 부산 지역에서는 세 차례나 지진이 관측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진으로 조개가 이동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가능성도 작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특별한 독성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바닷물 밖에서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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