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해프너 '대조적인 플래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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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트래비스 해프너(28·지명타자)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온 것은 2003년. 클리블랜드는 텍사스 레인저스에 투수 라이언 드리스(현 워싱턴)와 포수 아이너 디아스(현 세인트루이스)를 내주고 1루수 유망주인 해프너와 투수 애런 마이에트를 받아왔다. 클리블랜드에 막 도착했을 때 만 25세의 해프너는 대부분의 왼손타자 유망주와 마찬가지로 왼손투수에 약한 선수였다. 이에 에릭 웻지 감독은 해프너를 플래툰시스템에 적용시켰다. 하지만 해프너에게 적용된 것은 당장의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닌 선수의 성장을 위한 플래툰시스템이었다. 웻지 감독은 상대팀에서 왼손 선발투수가 나온다고 해서 해프너를 무조건 빼지는 않았다. 호안 산타나(미네소타) 등 특급 좌완들을 피하게 하면서 다소 상대하기 쉬운 왼손투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챙겨줬다. 또한 경기중 왼손 불펜투수가 올라온다고 교체하지도 않았다. 단장이 오래 쓰라고 구해다준 선수를 실제로 오래 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던 것이다. 해프너는 올해 3년째 플래툰의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왼손투수가 나온다고 무조건 빼는 무차별적인 플래툰이 아니다. 해프너는 올시즌 팀이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한 18경기 중 8경기에 출장했다. 이에 해프너의 왼손투수 상대 능력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2003년 타율 .190 출루율 .284 장타율 .345에 그쳤던 왼손투수 상대 성적은 지난해 타율 .244 출루율 .364 장타율 .359에 이어, 올해는 타율 .270 출루율 .365 장타율 .473로 더 좋아지며 점점 좌우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많은 감독들이 먼저 오른손투수부터 확실히 공략하라는 차원에서 왼손타자 유망주를 플래툰에 적용시킨다. 그러다 '이정도면 됐다' 싶은 시점에서 조금씩 왼손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주기 시작한다. 반면 최희섭은 올시즌 맹타를 휘두른 다음날 왼손투수가 나오면 여지없이 벤치를 지켰다. 최희섭의 부진에는 본인의 책임이 1차적인 것이지만 감독의 들쭉날쭉한 기용 역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지난 2년간의 클리블랜드에 비하면 올시즌의 다저스는 하루하루의 경기 결과가 중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트레이시 감독이 최희섭을 '오래 쓸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김형준 야구전문기자 기사제공: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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