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공원 터 주상복합 건립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대구시 중구 수창동 옛 대구연초제조창 터(수창공원)의 개발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창공원(1만2000평)의 소유자인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이곳 7700평을 상업지역으로 바꿔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터에 공원 등을 조성해 대구시에 기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KT&G가 지난 4월 이 같은 방안을 제의해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원 터 일부를 상업지역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시는 곧 인근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뒤 제안서를 검토해 연말까지 도시계획변경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대구시 권대용 환경녹지국장은 "수창공원 일대 주민과 중구청에서 계속 개발을 요청하고 있는데다 시가 2020년 7월까지 이 땅을 사들이지 못하면 공원지역에서 해제된다"며 "KT&G의 안을 받아들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KT&G 측은 상업지역으로 바뀌는 7700평에 지상 54~57층짜리 1664가구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나머지 3164평은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공원 남쪽 KT&G 소유 부지(1118평)도 공원으로 만들고 인근 사유지 420평을 사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노인복지시설을 지은 뒤 대구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기증받을 노인복지시설과 공원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230억원 정도인 것으로 시는 추정했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평당 200만원 선인 수창공원 터를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면 1000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일대 땅은 현재 평당 7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KT&G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아파트 분양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길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의 윤종화 사무국장은 "수창공원은 이곳에 들어서는 아파트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원개발을 특정 업체에 맡기는 것은 특혜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은 연초제조창이 폐쇄된 뒤인 99년 4월 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개발을 미루면서 도시발전의 걸림돌이 되자 중구청과 인근 주민들이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