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백두산 반달곰 독신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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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 국립수목원 백두산 반달곰(오른쪽)과 신부의 첫 만남.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산림동물원의 백두산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제329호)이 장가를 간다. 국립수목원에서 7년여 동안 혼자 살아온 11살 백두산 반달가슴곰이 최근 배필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곰은 1997년 10월 한.중 임업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동갑내기 암컷(당시 3살) 한 마리와 함께 한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다음해 11월 암컷이 심장 질환으로 돌연사한 뒤 결혼 적령기(6살)를 4년 넘기도록 짝짓기를 못한 채 혼자 살아왔다.

수컷 반달가슴곰은 그동안 독신생활이 힘겨운 듯 괴성을 지르거나 고개를 마구 흔들어대고 먹이도 잘 먹지 않아 사육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때문에 국립수목원은 지난해 3월부터 전국을 돌며 암컷을 찾아나서 올 3월 전남 보성의 한 농장에서 일곱 살 된 한 마리를 찾아 지난달 13일 늦장가를 들게 했다.

수목원은 종 보존을 위해 백두산 반달가슴곰과 외모가 비슷한 반달가슴곰 11마리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거쳐 1년 만에 가까운 종의 암컷을 찾았다. 암컷은 유전자 보존을 위한 수목원의 노력에 감동한 농장주가 기증했다.

두 마리 곰은 처음 만난 날 서로 앞발을 든 채 일어서 으르렁댔으나 이제는 먹이를 다정하게 나눠먹고 2평 크기 미니 수영장에 들어가 함께 물장난을 치며 더위를 피한다.

포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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