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어발음사전 편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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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어학계의 오랜 과제이던 국어발음사전의 편찬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계에서 남광우(인하대)·남기심(연대)·남풍현(단국대)·배량서(한양대)·유창균(계명대)·유만근(성대)·이병근(서울대)·이응백(서울대)·이철수(인하대)·이현복(서울대) 교수 등이 직·간접으로 참여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어문연구실(실장 김충회)이 중심이 되어 79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추진돼온 이 편찬사업은 최근 사전의 견본조판을 냄으로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원래 단일언어를 써온 단일민족인 우리에게 아직 확고하고도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어문정책의 정착 없이 오늘에 이르러 발음사전 하나 없는 질점이다.
특히 현행 학교교육에서 발음교육의 소홀함은 국어의 통일·순화라는 면에서 크게 지적되고 있으며, 실제로 지방색을 돋보이게 하는 사투리 발음은 불필요한 지역간의 편견과 위화감을 조성하여 현대국가발전에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한다.
우리 현대국어의 경우 모음의 장·단이나 「사이된소리」 현행 맞춤법에 반영되지 않은 음운 때문에 맞춤법만 가지고는 사투리 사용자가 진정한 표준발음을 배울 수 없으므로 따로 발음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남 교수는 지적한다.
이에 따라 학계의 몇몇 학자들이 꾸준히 발음사전의 편찬을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오던 중 1973년1월부터 「표준국어발음사전」의 편찬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남광우·성환갑(중앙대)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78년9월까지 계속된 이 작업은 순수한 발음사전이 아니라 국어사전을 겸한 발음사전이었다.
그러던 중 79년 1월 정문연의 지원에 의해 남광우·이철수·유만근교수를 연구자로 하여 시작된「국어발음사전 편찬을 위한 조사연구」 는 이제 3년만에 매듭을 짓게된 것.
정문연 어문연구질의 김충회 실장은 『현재 10만장의 카드가 작성되어 금년 말까지 정리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발음사전에 수록되는 어휘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대상으로 하고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말과 현대문학작품·신문·잡지 등에서 보충해서 우선 10만 단어가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 사전의 편찬작업은 시급한 과제이지만 편찬장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국어발음사전이 간행돼 나오기까지는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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