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공사와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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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사고에는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까닭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8일하오 서울시내 무악재의 지하철3호선 공사장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고원인은 현재 조사중에 있으나, 공기단축을 위해 안전수칙을 무시한데서 빚어진것은 틀림없다.
사고는 지하22m에서 밑바닥 정지작업을 하기위해 발파작업을 하다 송수관이 터지면서 누수현상으로 토사가 내려앉아 일어났다.
발파를 할때 인근 50∼60m에는 차량이나 사람들의 통행을 막아야하는것이 안전수칙의 상식인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안심하고 복공판 위를 지나던 시내버스가 지하20m아래로 곤두박질해서 승객과 인부 가운데 9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하는 참사를 빚고 말았다.
게다가 하오5시부터 7시사이는 러시아워다. 차량이 한창 붐비는 이런 때에 안전수칙을 무시한채 발파작업을 강행한다는 것은 사고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고가 그정도에 그친 것이 도리어 불행중 다행이라는 생각마저든다.
서울시내의 웬만한 간선도로에서는 지금 지하철 2, 3, 4호선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26개 건설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84개소에서 공사가 진행되고있다.
따라서 이와 비슷한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71년4월 서울역∼청량리간 1호선 공사가 시작된 이래 자질구레한 사고는 있었지만 시내버스가 추락,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큰 사고가 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하철공사의 공법은 노면을 파헤치고 하는 개착식(개착식)과 굴처럼 파고 들어가는 터널식등 두가지가 있다. 서울시는 터널식공법이 비용이 많이 든다해서 도심구간 10여개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착식공사를 하고 있다.
개착식공사는 비용이 덜 드는 대신 교통소통에 지장을 주고 상수도관파열, 발파사고, 지하수누수등으로 지반이 내려앉는 사고위험이 높다. 그러므로 개착식공사를 할때는 각별히 안전수칙에 신경을 써야한다.
공사를 하면서 차량소통을 시키려면 평상시보다 흔히 6배의 중하를 견딜만큼의 빔(철근기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토목공사의 상식이다. 안전제일이란 푯말은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무디기 짝이 없다.
그동안 지하직공사장에서 대형사고가 없다해서 시공업자나 감독관청의 안전관리가 소홀했거나 해이되었다면 이번 기회에 고쳐나가야함은 물론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우리의 토목기술은 꽤 발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충분한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나의 하자(하자) 없는 건조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부실공사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고 공기단축을 위해 공사를 서두르다 사고를 낸 이번 경우도 사고로 인한 재정상의 손실, 공사의 차질등도 무시할수 없을만큼 크다.
피해자 보상을 빼놓고도 이번 사고로 인한 손해는 l0억원에 이를것이라는게 전문가의 말이다. 무너져내릴만큼의 흙을 파와서 다시 빔을 만들고 공사를 하려면 그만한 돈이 더든다는 것이다. 그뿐아니라 공기도 그만큼 늦어지고만다.
공기를 단축하고 비용을 줄인다는것이 도리어 공기는 공기대로 늦어지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드니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지하철공사 일정에 차질을 주고 인명까지 해친 이번과 같은 사고가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한다. 특히 기술상의 잘못은 철저히 가려내야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이와 비슷한 사고를 방지하고 우리의 토목기술의 향상에도 도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에 대해 응분의 보상이 있어야겠고 사고로 인해 당장 물이 끊기고 다른 곳으로 대피까지 해야했던 현장부근 주민들의 생활상의 불편을 덜어주도록 서울시와 시공업자는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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