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속죄양되어|안정이 이룩 된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수환추기경은 8일 『최기식신부는 양심에따라 사제직을 수행하다 문책당한것』이라고 밝히고 『교회가 속죄양이 되어 사회의 안정이 이룩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최신부연행후 계속 언급을 피해오던 김추기경은 이날상오 서울명동성당에서있은 성유(성유) 축성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처음으로 최신부 구속사건에 언급했다. 이자리에는 재경 전사제및 1천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김추기경은 최기식신부는 내가 보기에 자신의 양심대로 사제직을 수행하다 문책을 당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다만 여론을 오도해 천주교가 마치 범죄의 소굴인양 유도하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나라에 이익이 되는가, 우리사회에 이익이 되는가』라며 『교회가 속죄양이 되어 사회의 안정이 이룩된다면 기꺼이 달게받겠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최신부가 수배중인 범인을 은닉했다는 혐의로 구속된데 대해 『만일 예수께서 그런 상황에 놓이면 어떤 태도를 갖게되겠는가』고 반문하고 『예수께서는 범법자가 찾아올때 밀고를 하겠는가, 돌을 던져 쫓겠는가』라며 최신부의 행동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김추기경은 또 『만약 추기경인 내가 필요하다면 나라도 그같은 희생을 달게받겠다』고 말하고 『예수는 굶주리고 목마르고 옥에 갇힌자등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가장 버림받은 자와 언제나 함께 하셨다. 그리스도가 가신길이 바로 오늘의 사제가 가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추기경은 이어 이번 사건은 사제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등 사제들의 신원을 근본적으로 묻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강론을 끝낸뒤 미사에 참석한 신부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 개인적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말것을 신부들에게 당부했다.
김추기경은 이번사태와 관련, 정부당국자와 만날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만나는것은 좋으나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성당 함세웅 신부는 이번 사건후 전국 각수도원에서는 철야기도가 있었으며 부활절 의식과겹쳐 8일 하오8시 전국 각 성당에서 철야기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