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호칭」…어떻게 부르는 게 좋은가|과반수가 "「여보」 「당신」이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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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독자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부부간의 호칭은 가지각색이었다. 신혼 초기 또는 첫아기를 갖기 이전에는 「자기」 또는 「××씨」 등과 같은 상대방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 경향이다. 그러다가 아기가 있으면 대부분 아기이름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토론에 참여한 44명 중 거의 과반수인 21명은 부부간 호칭으로서는 「여보」 「당신」이 가장 바람직한 호칭이라고 제안했다. 실제 「여보」 「당신」으로 부르고 있는 부부는 11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현재 다른 호칭을 쓰고 있는 10명의 부부도 이번 토론을 계기로 「여보」 「당신」으로 부르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부부간의 애정과 상호존중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의견이다.

<자기라고 부르려니 어른들 앞에서 난처>
결혼한 지 9개월, 시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정주부다.
처음엔 「여보」라는 소리가 잘 안나왔다. 그래서 그냥 「자기」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부르니 어쩐지 부부사이에 존경심이 없는 것 같을 뿐 아니라 어른 앞에서도 매우 난처했다.
그래서 서로 「여보」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양춘화(주부·27·서울 관악구 신림9동 1555의25)

<이름 부를 때 많지만 여보라는 호칭 좋아
우리는 연애 끝에 결혼한 지 l년이 된 부부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있지만 호칭에 대해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연애결혼이었고 부모님들께서도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연애시절에 부르던 이름을 그냥 사용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내가 나를 부를 때 「여보」라고 하기도 하고 「당신」이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아내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를 때가 많다. 나이차이가 많아서인지 이름을 불러도 스스로 별 어색함이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생각해보니 「여보」라는 호칭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부르기도 좋고 듣기에도 애정이 담긴 듯하다.
정두현(34·인천시 용현2동 568 진달래아파트 E동606)

<아기엄마라 불러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내 나이 열 여섯일 때 열 일곱 살 처녀와 결혼했다. 학생신분이었기 때문에 타지방에 유학하고 있던 관계로 아내를 불러본 적도 부를 필요도 없었다. 세월이 10년쯤 흐른 후에야 고르고 골라 「아기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부부간에는 「여보」라고 하는 법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어른 앞에서는 네 처를 칭할 때 「에미」라 하고 네 처는 너를 「애비」라고 해야한다는 말씀이었다. 그후 우리는 「여보」 「애비」 「에미」라는 호칭을 써왔고 이제는 친숙해졌다. 「여보」라는 호칭이 부끄러울 것도 쑥스러울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하고 예절에 맞는 단어가 있음에도 다른 호칭들을 쓴다는 것은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일구(공무원·46·진주시 옥봉북동 364의4)

<듣는 상대방 따라 호칭도 달라져야>
부부간의 호칭은 그때그때 편의에 따라 마구 사용할 게 아니라 가정교육의 출발도 중시해 선택해야할 줄로 믿는다.
평소에 생각해온 바를 이 기회에 밝히면 우선 부부사이에서는 나이에 따라 환갑 이전은 서로 「당신」이란 호칭을, 그리고 환갑이후 남편에게는 「영감」, 부인에게는 「노인」이라고 불러야한다. 이밖에 부모 앞에서는 예를 들어 요즘 한창 젊은 사람들이 쓰는 누구 아빠, 엄마는 경박스럽고 어멈, 아범의 호칭이 듣기도 구수해서 좋다.
부부간의 호칭은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격을 달리 해야 한다. 연장자 앞에서는 집사람, 집주인, 저의 처, 저의 남편의 호칭이 적당하다. 물론 이런 호칭은 강요할 성질의 것은 아니나 호칭 하나에도 예절을 중시해야하고 교육적 측면이 강화되는 것을 젊은 사람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득우(경기도 고양군 신도읍 동산리 47의59)

<아빠와 꼬마의 호칭 소리억양으로 구별>
부부간의 호칭에도 불러서 어울리는 적절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신혼 초에는 여보·당신을 부를 수 있는 용기도 없겠지만 주위에서 듣기에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이 시기가 지나서 엄마·아빠가 된 후엔 큰아이이름으로 누구의 아빠·엄마로 불리게되는데 우리 집의 경우엔 아빠가 꼬마를 부를 때에는 정확하고 조금은 큰소리로 부르고 나를 부를 때에는 조용히 나지막이 불러서 목소리의 억양으로 아들과 나는 아무런 혼동 없이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래도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호칭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중에서도 마음놓고 부를 수 있고 평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여보·당신뿐이다.
유미경(주부·서울 은평구 녹번동 82의21)

<"저 좀 보세요" 등은 여러 사람 앞서 궁색>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호칭이 어색한 것이 부부사인 것 같다.
둘만 있을 땐 「자기」 「○○씨」라고 하다가, 여러 사람 앞이면 『저 좀 보세요』 『있잖아요』하는 궁색한 꼴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것도 잠깐, 아이가 생겨나면 문제해결이다. 「○○아빠」하면 되니까 말이다.
박노경(주부·26·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56의1737)

<자녀이름 넣어 불러 아이들에 친근감을>
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정이나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을 막론하고, 부부간에 사용하는 호칭하나가 교육이 될 수도 있고 신뢰를 잃게 하는 발단이 될 수도 있다. 위·아래로 가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나아가서 가정의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는데는 상호간에 인격을 존중하는 언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큰 아이이름을 넣어 ××엄마라고 불렀고 아내는 ××아빠라고 부르며 「당신」이 주요호칭으로 되었었다. 그럼으로써 어린 자녀들 앞에서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최고라는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강재(공무원·40·서울 구로구 고척1동 법무부APT 가동201호)

<이름을 부르는 건|옆에서 듣기 거북>
결혼을 앞두고 있는 미혼여성이다. 요즘은 결혼을 한 사람이나 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자기」 라는 호칭이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자기」 혹은 「××씨」라는 호칭을 쓰기도 하지만 결혼을 한 사람들이 그런 호칭을 쓰는걸 보면 어쩐지 거북스럽다.
이 호칭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별문제이겠으나 예부터 내려오는 「여보」 「당신」이라는 단어가 훨씬 듣기 좋고 예쁜 호칭인 것 같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결혼이 비록 연애의 연장이기는 해도, 또 굳이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다고 해도 서로를 존경한다는 뜻에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영(24·경기도 양주군 주내면 마전리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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