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최대…영 「바비컨 예술센터」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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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차대전초기인 l940년 12월29일 밤 독일공군폭격기편대는 런던 구 시 일대를 융단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이 일대의 70에이커(약 8만5천7백 평)에 달하는 시가지 건물은 모두 파괴됐다. 그 이후 공한지로 남아있던 이 자리에 최근 유럽 최대규모의 「바비컨 예술센터」가 건립되었다. 대지 36에이커(약 4만4천 평) 위에 세워진 이 거대한 건물군의 공식명칭은 「예술과 회의를 위한 바비컨 센터」.
55년에 처음 거론되었던 이 센터의 건설은 68년에 건축설계가 완성되었지만 여러 번 수정된 끝에 기초공사가 시작된 것은 70년이었다.
처음예산은 4천만달러였으나 결국 그 6배가 넘는 2억5천만달러의 비용으로 준공된 이 센터는 75년에 완성예정이었던 것이 6년이나 늦어 지난 3월에야 「엘리자베드」 여왕에 의해 개관되었다.
이 센터의 내부를 살펴보면 중추 부는 2천26개의 좌석이 마련된 바비컨 홀이다. 이 강당은 1년 중 3개월 동안 런던심포니 오키스트러가 공연하도록 되어있고 나머지기간은 회의장으로 임대된다.
강당의 동쪽에는 좌석 l천1백66개의 바비컨 극장이 있는데 이 극장은 「로열·셰익스피어」 극단의 전용으로 사용된다. 이밖에도 좌석 2백 석의 더 피트란 이름의 소형극장이 있다.
중앙강당을 중심으로 3개의 영화관이 흩어져 있다. 각각 2백80석, 1백53석, 2백50석의 좌석을 갖춘 이 영화관 중 제일 큰 극장은 일반영화상영용으로 쓰이고 나머지 2개는 외국영화·다큐멘터리·고전영화 등 일반상업극장이 기피하는 특수작품들이 상영되며 때에 따라서는 회의장으로도 전용되게 되어있다.
중앙강당의 서쪽에는 1천3백90평방m(약 4백20평) 넓이의 미술전시장과 노천조각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밖에도 여기에는 시립도서관, 3개의 세미나실, 8천평방m(약 2천4백20평) 넓이의 상품 박람회장 및 길드홀 음악연극학교 건물이 포함되어 문자그대로 예술·문화복합체가 되어있다.
「셰익스피어」 극단이 전용으로 사용할 바비컨 극장은 수용좌석이 1천석을 넘으면서도 가장 멀리 놓인 좌석이 무대와의 거리가 19·8m를 넘지 않는다.
센터 측은 대규모 국제회의도 유치하고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는 4달러짜리 염가 음악회도 여는 등 이 거대한 시설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중이지만 그래도 첫해의 결손은 1천만달러로 잡고 5년 후 이 결손 폭을 60만달러로 줄이는 것을 현재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센터의 건립에 반대도 있었다.
실업자수가 3백만 명이나 되고 영국산업의 상대적 국제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그처럼 엄청난 돈을 들여 문화시설을 건설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이었다.
불경기의 장기화로 연예계가 계속 침체되고 있고 또 영국에는 이미 관객 수보다 많은 극장공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매머드 예술시설이 얼마만큼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새로운 활동무대가 생긴 것을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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