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품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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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신문의 날」(제26회)표어는 『품격과 신의를 지키는 신문』이다.
이것은 신문이 본분에 따라 품격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결의의 표명이다.
그건 물론 신문이 품격과 신의만을 중시하고 나머지 신문의 사명은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우리 「신문윤리강령」도 자유·책임·보도와 평론의 태도, 독립성, 타인의 명예와 자유등과 함께 품격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신문의 날 표어가 품격을 강조하는 것은 그밖의 강령들의 동시적인 강조인 것이며 그런 테두리안에서 「품격과 신의」의 뜻이 좀더 확실하게 밝혀져야겠다는 요구이다.
그점에서 이번 신문의 날 표어에 등장한 「품격과 신의」는 현실적인 필요를 더욱 실감케 한다.
그것은 최근 우리 신문들 사이에서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선의의 경쟁보다는 품격과 신의를 실추시키는 자해적인 경쟁의 사례마저 없지않은 인상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신문윤리강령의 품격장은 「신문은 그 공공성에 비추어 마땅히 높은 품격과 긍지가 요구되며 특히 저급한 행동이나 그 유인이 되는 행동은 일절 용납되지 않는다」고 다짐하고 있다.
오늘 우리 신문들의 보도·편집·논평의 일반적 경향은 그 조문을 반추하면 자괴를 금할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것은 우선 신문이 진실성을 확보하는 노력에 얼마나 충실한가의 자성에서도 볼 수 있다. 진실성의 요체는 바로 공정한 보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시간에 쫓기거나 여건을 탓하는 나머지 편견적, 일방적보도로 일관하는 경우를 본다.
이것은 실로 「진실된 사실의 전달자」로서의 신문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신문인 자신의 권리와 사명의 유기라고도 할수있다.
여기에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유해한 것을 오직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대보도하는 경우 또한 적지않다.
대중의 호기심에만 영합한 나머지 흔히 핵심을 왜곡하게 되며 그런 경향은 결과적으로 사회의 중요문제를 외면하거나 진실을 호도하는 자세로까지 변형되기 쉽다.
또 그러한 보도태도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하는 무책임으로도 나타난다.
센세이셔널리즘에 급급한 신문은 결국 신문의 본분을 잃게되고 사회공공의 신뢰도 잃게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 분명한 논리는 신문인의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런 교과서를 모르는데 있지않고, 외면하는데 있다.
신문도 기업인 이상 경쟁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은 자유주의경제체제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노력의 일환이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스스로도 발전하고 우리사회도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기본적이고 원론적인 룰을 벗어날 때 신문은 「품격」은 물론 「신의」의 파기라는 비판을 면할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기자간, 신문사간의 신의파기만이 아니다. 사회일반에 대한 신의파기의 상습화로 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문의 품격과 신의」를 표어로 선정한 신문인들의 다짐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것은 신문인 스스로가 높은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으로 새로 무장해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신문인의 지성과 양심의 회복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할수 있다.
언론의 본분에 대한 뚜렷한 자각은 지금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그런 자각을 기초로 해서 언론인과 신문기업이 품격과 신의로 맺어지고 그럼으로써 단결된 힘으로 이 사회발전에 기여할수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품격과 신의를 지키는 신문」의 자각에 독자와 사회의 편달과 협조를 아울러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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