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들, 삼촌 돈도 '덥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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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취업장사를 한 현대자동차 노조간부들은 삼촌.외삼촌 등 친인척과 동료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골프를 즐기는 등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돈을 써 노조의 도덕적 타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검은 30일 현대차 취업비리와 관련해 두 달여 동안 노조간부 12명 등 모두 20명을 적발, 8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에게 돈을 주고 취업 부탁을 한 사람은 모두 38명으로 1인당 2000여만원씩 총 7억8100만원을 건넸으며 이 가운데 89%인 6억9500만원을 대의원 이상 노조간부 12명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의원 대표를 세차례 지낸 정모(42)씨의 경우 12명으로부터 4억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받은 돈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골프까지 즐기는 등 주변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소문이 났다. 또 대의원 대표 5선의 염모(45)씨는 동료 조합원 등 6명으로부터 "아들.조카를 취업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6800만원과 융숭한 술접대까지 받았다.

이 밖에 박모(전 대의원)씨는 외삼촌으로부터 외사촌을 취업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의 어머니를 내세워 2000만원을 받았으며, 김모(전 대의원)씨는 사촌동생의 입사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써 준 대가로 삼촌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 최모(전 노조부위원장)씨는 동료 조합원 3명으로부터 아들 등을 취업시켜 달라는 부탁과 함께 3400만원을 받아 주식투자에 몰두했다.

검찰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6개 공장별로 있는 노조 대의원 대표가 임의로 생산라인을 정지시키는 등 현장 권력자로 군림, 공장장의 인사고과가 사실상 노조 대의원 대표의 손에 쥐여 있는 꼴이었다"고 설명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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