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진 울린「낯선조직」|극단으로 치달은 미문화원 방화범들|모의에서 검거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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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들이 처음으로 범행을 모의 한 것은 3월초순. 부산시부민동11 김지우씨(79)의 건넌방인 문부식의 자취방에서였다.
이 자리에는 문과 그의 애인 김은숙, 김금의 친구 이미옥등이 모여 방화와 유인물살포를 1차 모의했다.
김은숙과 이미옥이 번돈으로 등사기 1대를 1만2천원에 구입, 아지트인 문의방에서 유인물 2종 3백장을 만들었다.
문이 만든 유인물 내용에는 「북침준비완료」 「미국의 신식민주의」등 과격한 내용이 들어 있어 자금 10만원을 문에게 대준 김화석(26·고신대졸)이 『북침춘비완료는 너무하지 않느냐』고 말했으나 문은 『다른 용어는 딴 사람이 이미 다 써버려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는 것.
그후 이미옥은 15일 평소 가깝게 지내던 최충언(20)·박원식(20)등을 만나 범행에 가담시켰고 17일에는 최인순(22·여·방화조·검거)·수배중인 김영현(22·여·학생)도 포섭했다.
준비를 끝낸 이들 7명은 16, 17일 문의 자취방에 모여 구체적인 범행계획을 마련하고 솜에 알콜을 묻혀 불을 붙여보는등 예행연습도 했다.
범행당시 하오2시쯤 이미옥·김은숙이 휘발유통을 들고 미문화원에 들어가 마룻바닥에 붓는 순간 뒤따르던 최인순·김영현등이 알콜묻은 솜에 불을 붙여 던져 불길이 치솟자 버스를타고 달아났다.
이들은 이튿날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학교에 정삼등교 했고 신문·방송을 통해 수사진척상황을 지켜보았다. 문은 애인 김은숙(24)의 집에서 숨어 지내다 범행유류품과 목격자등이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오자 신변에 위협을 느껴 28일상오 서울로 간다며 집을 나갔다. 박원남·최충언등 3명은 자기집에 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사건발생 7일째인 25일 현장에서 가까운 모식당주인 김영자씨(40·여·가명)의 제보를 받고 부산시내 학원가의 제적·문제학생 및 고교대학생등 1천명의 리스트를 작성, 이들의 사진을 김씨에게 보여주었다.
김씨는 문의 사진을 지적하며 『틀림 없이 이 사람』이라고 한눈에 가려냈다.
경찰이 문의 방을 덮쳤을 때 문은 이미 잠적한 뒤였으나 방안에는 살포된 유인물등이 있었다.
또 문이 쓰던 노트에는「노동전사상」이란 좌경색이 짙은 글귀와 그림도 남아 있었다.
경찰은 문의 교우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3월초 문이 재학중인 고신대학생들로 「샛별」이란 이념서클을 만들어 학교에 등록하려다 실패했다는 사실도 밝혀내고 서클회원을 중심으로 공범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사이에 최선달씨(45·여·가명)로부터 이웃에 사는 이미옥이 최근 행동이 수상하고 불안해 하는데다 몽타지와 비슷하다는 신고를 받아 이를 연행, 범행을 자백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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