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CNOOC, 미 유노칼 인수에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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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9위의 석유개발업체 유노칼이 중국의 '미국 기업 사냥'에서 최대 접전지로 떠올랐다. 1982년 설립된 중국 국영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23일 185억 달러에 유노칼을 인수하겠다고 밝히고 27일(현지시간)부터 뉴욕에서 유노칼과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4월 163억 달러를 제시한 미국 2위의 대형 석유업체인 셰브론 텍사코와의 인수협상이 중국 업체의 끼어들기로 파기될 상황에 놓인 셈이다. CNOOC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로부터 인수 승인까지 받았던 셰브론에 물어야 할 위약금 5억 달러와 유노칼의 부채 16억 달러를 모두 떠안겠다고 제안했다. 또 직원 6500명을 그대로 두고 현재 임원들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본격적인 미국 공략 나선 '차이나 머니'=CNOOC의 공격적인 유노칼 인수 제안은 대표적인 '차이나 머니의 미국 공략'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레노보 그룹이 IBM PC사업부를 인수하고, 가전업체 하이얼이 메이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에너지 사업에까지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CNOOC가 이처럼 미국 석유시장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른 것은 백악관과 친밀한 텍사스 로비그룹을 끌어들여 전략팀을 만드는 등 미국식 기업인수합병(M&A) 방법과 '월가'의 감각을 익혀 인수전에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분석했다. AWSJ는 "미국 남가주대학에서 공부한 해외파인 푸청위 CNOOC 회장을 비롯, 문화혁명 당시 외국에서 유학 나갔던 중국의 인재들이 해외 M&A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만만치 않은 미국 내 반발=17억5000만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유전을 가지고 있는 유노칼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상황에 처하자 미국 내 일각에서는 '에너지 안보 위협론'을 내세운 반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미 하원의원 40여 명은 2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 차원에서 유노칼의 중국 매각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의원은 28일 부시 대통령에게 "유노칼의 석유 시추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북한의 지하 핵실험 등 군사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정도다.

중국 정부가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CNOOC는 중국 정부로부터 70억 달러, 중국공상은행으로부터 60억 달러를 낮은 이자에 차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29일자에서 "사실상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미국의 유전이 넘어간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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