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아파트 분양가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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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가격 폭등세를 잡기 위해 분양가 낮추기에 나섰다. 하지만 조정 후에도 분양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아 원가공개.세무조사 의뢰 등의 강도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수성 4가 태영데시앙 아파트의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가격을 낮추게 한 뒤 28일 내린 가격으로 분양승인을 했다. 분양가는 34평형이 평당 852만원, 43평형이 1028만원, 50평형이 1030만원, 56.66평형이 1039만원이다. 이는 업체가 애초 잡은 분양가에서 34평형은 평당 8만8000원, 43평형은 51만1000원, 50평형은 70만8000원, 66평형은 192만2000원 깎은 것이다. 총액으로는 34평형 290여만원, 66평형은 1억2800여만원 내렸다.

수성구청은 분양가가 1000만원이 넘어서면서 홈페이지 등에 항의가 잇따르자 업체가 견본주택을 공개하기 전날인 지난 24일 분양가 조정을 요구했다.

수성구청은 앞서 만촌동 A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가를 49평형은 1080만원에서 1030만원, 53평형은 1090만원에서 1040만원으로 평당 50만원씩 하향조정했다. 이처럼 수성구에서 올 들어 분양된 아파트 8곳 중 분양가가 조정된 6곳 모두 깎은 가격이 평당 50만원을 넘지 않았다. 북구 노변동, 달서구 대곡동의 아파트도 인하액은 평당 수만~5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청의 분양가 조정이 폭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부 김인숙(39)씨는 "분양가 조정권고는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많고, 그만큼 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의미"라며 "원가공개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구청 관계자도 "국세청 통보 등의 조치를 내세워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분양가 인하 요구가 잇따르자 "업체들이 깎일 것을 고려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대구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치솟는 분양가를 잡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권고조정보다는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 의무화, 원가공개, 택지 공급활성화 등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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