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99. 예쁜 걸/예쁜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히트(hit)하다' '롱런(long run)하다'가 사전에 오를 정도로 우리 언어생활에서 영어가 넘쳐나고 있다. 광고 문구에서는 '예쁜 걸(girl)'이란 국적 불명의 표현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쁜걸'의 우리말 '걸'을 영어로 바꿔놓은 광고 카피는 애교 이상으로 봐주기 어렵다.

"예쁜 걸 어찌하나" "그 애는 생각보다 예쁜걸"처럼 자주 사용되는 '걸'은 상황에 따라 띄어쓰기를 달리한다. 띄어 써야 하는 '예쁜 걸'은 '예쁜'이라는 형용사가 '걸'을 꾸미는 구조다. 여기에서 '걸'은 '것을'의 준말이다. "어제 먹은 걸 또 먹어야 하나" "받은 걸 돌려줘라"와 같이 쓰인다.

반면 '예쁜걸'의 경우 '예쁘'에 종결형 어미 'ㄴ걸'이 결합된 형태다. 'ㄴ걸'은 가벼운 반박이나 감탄,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의 뜻을 나타낸다. "꽤 큰돈인걸" "시합은 이미 끝난걸" "차는 이미 떠난걸"처럼 쓰인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걸" "점심을 잘 먹을걸"의 'ㄹ걸' '을걸'도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걸'의 띄어쓰기가 혼동될 경우 '걸'을 '것을'로 바꿔 뜻이 통하면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조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