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재미있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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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2 (19~31)]
黑. 옥득진 2단 白. 이창호 9단

이창호 9단의 표정은 언제 봐도 오묘하다. 자만이나 우월감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시선은 약간 아래로 깔려 있고 사람을 대할 때는 일말의 당황함이랄까 조심스러움이 배어나온다.

그는 지금 19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머리를 흔들고 있다. 가만히 보면 옥득진의 19는 좋은 수다. 우상 흑▲의 굳힘과 밸런스를 이루며 힘차게 백의 등을 밀어올리고 있다.

19로 '참고도1'처럼 두는 유행 정석은 어떨까. 이 그림은 흑이 어딘지 굳어 있는 반면 백은 활발하다고 한다. 백8의 한방도 기분 좋다고 한다. 이런 느낌은 그리 논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논리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이다.

▶ 참고도 1

▶ 참고도 2

22로 머리를 내밀자 28까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먼지가 풀풀 나는 아주 오래된 정석이다.

25로 젖혔을 때 '참고도2'처럼 하변을 키울 수는 없을까. 프로들은 일고의 여지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흑의 실리가 너무 좋은 데 반해 하변 백진은 미지수라는 것이다.

29까지 일단락된 실전은 그렇다면 누가 좋을까. 검토실에선 29가 제격이어서 흑이 편한 것 같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개진되고 있다.

"체급이 다르다"며 여유있게 웃고 있던 프로들이 "재미있게 됐다"며 모니터 앞으로 모여든다.

흑의 옥득진이 처음부터 밀려서는 재미없다. 흑이 앞서가고 이창호가 쫓아가야 비로소 재미있는 승부라는 얘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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