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옥득진, 8연승으로 도전권 획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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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10보 (125~144)]
黑. 원성진 6단 白. 옥득진 2단

대마불사란 맞는 말일까. 대마는 노상 죽어나가는데 왜 대마가 죽지 않는다는 뜻일까.

이 격언의 의미는 대마란 곳곳에 생명력을 숨기고 있으니까 섣불리 잡으러 가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이 말은 가끔 오해를 받는다. 예를 들어 서양의 바둑꾼들은 이런 바둑 노래도 부른다.

"대마는 걱정 마라. 동양의 고수들이 대마불사라 했으니까."

실제로 대마는 잡으러 가도 거의 죽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대마가 죽는 것일까. 최근엔 결코 죽는 법이 없다던 이창호 9단의 대마도 종종 잡히고 있지 않은가.

대마는 수로써 잡는 것이 아니다. 대마는 형세로써 잡는다. 다시 말하면 대마는 형세가 부득이해 스스로 죽는다는 뜻이다.

지금 쫓기고 있는 원성진 6단의 대마도 그렇다. 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으나 형세가 불리하기에 버티고 버티다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129 때 130이 좋은 수다. 134의 선수를 보며 흑이 A를 선수할 기회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 참고도

옥득진 2단이 134를 두었을 때 '참고도'처럼 흑1로 이어가면 대마는 산다. 그러나 백2로 석 점이 잡히면 흑 5의 큰 곳을 두더라도 어차피 진다.

원 6단은 장렬하게 옥쇄를 택했고 분투하다가 144에서 더 이상 살 길이 없음을 확인하고 돌을 거두었다. 이 대마 역시 형세 때문에 죽은 것이다. 옥득진 2단은 이리하여 8연승을 거두며 왕위전 도전권을 획득했다. 처음 181명이 출발선에 섰을 때 존재조차 희미했던 무명 신인 옥득진이 신화의 한 자락을 장식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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