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협·88올림픽 반대〃등 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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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발화>
이 문화원 수위 문흥석씨(62)에 따르면 1층 출입문 입구 안내책상 앞에서 중화상을 입은 김·허양 등2명이 문화원 출입 회원등록 부를 기재하고 있을 때 20대 남자 1명과 여자 2명등 3명이 노란색 비닐물통을 들고 들어와 바닥에 기름을 쏟는 순간 『무엇이냐』고 고함을 치자『펑』소리와 함께 불길이 솟았다는 것이다.
문씨는 이들이 기름을 쏟는 순간 제지하려하자 이들 중 25세 가량의 남자가 문씨를 밀어 붙였다는 것.
불이 나자 이 건물에 근무 중이던 한·미인 직원과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일반열람객 등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고 3층에 있던 미국인「메지노아」씨(48·여)등 2명은 긴급 출동한 소방대의 고가사다리 차를 통해 대피했다.
불은 때마침 불어온 초속8m의 강한 북동풍을 타고 번졌으며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한때 교통이 마비됐고 문화원 옆 한은부산지점은 업무를 중단,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수사>
한·미 양국은 발화직후 한일예식장1층에 부산시경국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설치, 이문화원 건너편 예광상회주인 예순덕씨(56·여)가 20대 여자2명과 남자1명이 문화원을 급히 뛰쳐나와 광복동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에 따라 이들을 수배했다.
수사 반은 이와 함께 화재사건을 전후한 하오 2시쯤 현장에서 남서쪽 길 건너 50여m쯤 떨어진 유나백화점에 불온전단이 살포됐고 하오2시15분쯤에는 부산시 충무동3가90 국도극장3층 객석에서 같은 내용의 전단이 창구를 통해 살포됐으며 역시 같은 시간에 충무동 국제신호대 부근에서 같은 전단이 살포된 점을 중시, 이 사건이 치밀한 사전계획에 의해 저질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단은 ▲한일경제협력반대 ▲88올림픽개최 반대 ▲미국의 신식민주의 규탄 ▲○○○군부정권의 북침준비 등으로 돼있다.
경찰은 이들 3개 지역에 뿌려졌던 전단 7백81장을 모두 거둬 지문채취를 하는 한편 전단을 인쇄한 인쇄소를 찾고있다.

<현장>
1층 내부에는 타다 남은 사무집기와 책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두터운 유리창들이 깨져 내부와 길바닥 등에 흩어져 있었다.
미 대사관직원과 8군 수사요원들이 서울대사관측과 밤새 긴급연락을 했고 건물외곽은 전경대원들이 일렬로 둘러싸고 삼엄한 경비를 폈다.

<미대사관 사무소 직원숙소로 사용><문화원>
이 건물은 당초 미국문화원이 모두 사용하던 것을 미대사관 부산사무소가 설치되면서 1층은 문화원이 사용, 도서실·간행물열람실·사무실이 있고 2층은 지난 1월말부터 미대사관 부산사무소가 들어왔고 3층은 대사관직원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문화원은 설립당시부터 치외법권지역으로 인정돼 왔다.
이문화원의 경비원은 모두 8명으로 평소 낮에는 정문에 2명, 순찰 l명, 밤에는 정문1명, 순찰1명씩 교대 근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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