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언청이 소녀 "생큐,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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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수술을 집도한 한기환 교수, 위니, 맨 오른쪽은 오정민씨.[연합]

구순구개열(언청이)로 결혼 길이 막힌 말레이시아 '정글 처녀'가 국내 독지가와 병원의 도움으로 웃음을 되찾았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의 해발 3000m 고지마을인 포타마루두에 사는 소수민족인 위니(Winie.13)양. 그는 입이 기형인 채 태어났다. 열악한 의료 수준과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수술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위니가 꿈에 그리던 수술을 20일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성공리에 마쳤다.

위니가 예쁜 얼굴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은 동남아 오지에 유기농법을 전수하며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오정면(70.경북 상주시 외서면)씨 덕분. 4000평 논농사를 짓는 오씨는 1987년 필리핀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가했다가 소수민족의 비참한 생활을 목격한 이후 현지인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그때부터 밀림에 사는 심장병.구순구개열 등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한 명씩 데려와 사비를 털어 치료하고 있다. 위니는 오씨가 데려온 일곱 번째 어린이.

위니와 오씨의 만남은 지난해 현지를 찾았을 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위니가 기둥 뒤에 얼굴을 감추고 슬픈 눈을 한 채 바라본 게 인연이었다. 사연을 듣고 오씨는 위니의 얼굴 상태를 사진에 담아 동산병원으로 보냈다. 특히 올해는 동산병원 성형외과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수술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집도의 한기환 교수는 여기에 더해 위니의 낮은 코를 보기 좋게 세워 주기도 했다. 수술을 마친 위니는 수줍은 표정으로 한 교수에게 "코소아번(고맙습니다)"을 연발했다.

위니는 현지 풍습에 따라 이미 결혼 적령기를 맞았지만 갈라진 윗입술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고민해 왔다고 한다. 오씨는 8월에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15세 말레이시아 정글 소년을 초청해 수술을 도울 계획이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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