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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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년의 젊음』이라는 책을 쓴 의사가 있었다. 미국의 「알렉산더·리프」박사가 소련의 코카서스지방, 히말라야산중의 훈자촌, 남미 안데스산록의 빌카밤바 마을을 답사한 다큐멘터리다. 모두 장수촌으로 이름난 고장들이다.
백세이상의 노인들을 예사로 만나본 「리프」박사의 보고서는 몇마디로 요약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적게 먹으며, 즐겁게 살라.
어떤 노인을 만나보아도 불문의 좌우명은 그것이었다.
요즘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장수시리즈에서도 의사들이나 생존장수자들의 하나같은 충고는 『적극적으로 살라』는 것이었다.
앞서 장수촌들은 예외없이 산간지대다. 우선 공기가 맑은 것도 건강의 좋은 조건이겠지만, 험준한 산촌에 살게되면 누구나 산을 오르내리지 않을수 없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운동이되는 셈이다. 「롱펠로」의 시에도 이런 귀절이 있었다. 『인생찬가』에서 이시인은 『움직여라, 움직여라, 살아있는 동안!』(Act, -act in the living present)이라고 노래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은 스스로 생명감을 갖게 되고, 이것은 또 자신감의 바탕이 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사회생활은 활달하며 쉽게 지치지 않는다. 삶이 그만큼 윤택해지는 것이다.
세기의 화가 「피카소」는 91세까지 쉬지않고 그림을 그렸다. 그의 그림치고 활기에 넘치지않는 것이 없다. 그는 80노령에도 벌거벗고 앉아서 에로틱한 스케치풍의 춘화를 그려 파리도심에서 전시회까지 열었다.
그의 운동은 곧 창작이었고, 그의 유쾌한 생활자세는 그 나이에 춘화를 그릴정도의 유머로 대신 되었다.
이탈리아의 「베르디」는 80세에 『팔스탑』을, 85세에 『포·세이크리드·피시즈』 (Four Sacred Pieces)를 작곡했다. 「괴테」의 최대걸작 『파우스트』는 82세때 집필된 작품이었다. 그는 이 소설속에서 「파우스트」박사가 현세적 향락을 벗어넌지고 새로운 이상촌건설에 몰두하는 얘기를 썼다. 「괴테」의 마음속엔 그런 소설을 구상할만한 정열과 의욕이 불타고 있었다.
노대영제국을 그 누구보다도 영웅적으로 통솔했던 정치인은 82세의「처칠」이었다. 바로 런던거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반핵데모를 벌인 노인은 85세의 철학자 「버트런드·러셀」이었다.
「카를·뵘」이 비엔나 필하머니를 지휘해 연주한 「베토벤」의 9번교향곡은 그 누구의 지휘보다도 열정과 생동감에 넘쳐있다. 그의 나이는 8순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명」보다는 모두 예외없이 적극적으로 산다는 것이다.
어떤의사는 우리가 웃을때마다 우리의 혈액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는 얘기도 한다. 모든 일에활달하고 유쾌하게 직면하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는 우리의 체질마저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놓는다는 뜻이다.
오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활기있게 산다는 것만도 크나큰 즐거움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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