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다보탑 순례|일본인 3백명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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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신라의 고적 불국사 다보탑을 순례하기 위해 대규모 일본인 관광단이 한국을 찾아왔다.
다보탑 애호회 회원들인 이들 관광단은 일본 전국에서 모인 3백27명.
교수에서부터 건축업자·회사원·학생·상인에 이르기까지 직장과 사는 곳은 서로 다르지만 고려인삼은 육체적 영험을, 다보탑은 정신적 영험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다보탑 신봉자들이다.
경주산 축소형 다보탑을 저마다 집에 신주로 모셔두고 있다는 이들 애호회원들은 이번 관광을 한결같이 성지순례라고 입을 모은다.
70%가 여성들로 구성된 이들 관광단은 8세부터 72세까지의 연령층으로 50대 후반이 대부분.
13일 김해공항을 통해 한국에 온 이들 관광단은 13일과 14일 이틀간 경주에서 머믈며 석굴암과 불국사를 둘러보고 불국사주지의 주재로 다보탑 앞에서 헌다식(헌다식)을 가졌다.
관광단원 중 일본 경도 정음사 주지의 부인「무라오까·지이」(촌강천혈·69)씨는『다보탑주위를 합장하고 돌면서 법화경을 외다 보니 갑자기 부처님이 나타나 계시를 주었다』고 했다.
「무라오까」씨는 오는 11월 정음사 경내에 실물크기의 다보탑을 건축할 예정인데 『부처님의 계시로 다보탑을 모실 장소를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일본 나량교육대학 교수「니시따·가즈오」(서전화부·62)씨 부부는『다보탑을 직접 대하는 순간 이제까지 상상만 해오던 그 숭고함의 근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감탄했다.
이들 관광단들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일본 안의 다보탑 애호 회원 수는 5백 여명.
3년 전 한국에서 인삼과 석가불·꽃병 등 석물을 수입하면서 신라예술에 심취한 무역상「와따나베·마꼬또」(도변부신)씨에 의해 소개된 다보탑은 이제 신앙의 대상으로 일본인들 사이에 다보탑 선풍을 일으키고있다는 것.
「와따나베」씨는 자신이 수입한 석물을 구입한 고객들이 『석물을 집에 들여놓은 뒤 현몽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 평소 신라예술의 극치로 감탄했던 다보탑축소형을 주문 구입으로 경주와 석재 상을 통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입에서 입으로 알려진 다보탑의 영험은 일본 전국에 퍼져나가게 됐고 앞을 다투어 다보탑축소형을 구입한 사람들 사이에 애호회를 구성, 다보탑 연구자료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애호회원들 사이엔 다보탑 구입 비를 밝히는 것은 금물. 종교적 믿음에서 신물(신물)에 대해 가격을 따지는 것은 신성함을 해치는 일이라고 생각해 값을 치르는 것을 시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관광단의 일원으로 온「투지메·기요데루」씨 (38·건축업·일본 향천현)는『다보탑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지게되면 그 속에서 세계평화를 가져오게 할 힘도 얻을 수 있다』면서『애호회원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다보탑순례도 이번을 시발로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일하오 서울에 온 이들 관광단들은 15일 시내관광과 리틀엔젤스 공연을 관람한 뒤 16일하오 한국을 떠난다. <엄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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