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등 '숙원사업' 위해 뛰는 경찰 싱크탱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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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독립 등 경찰의 숙원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찰청이 고급 브레인들로 구성된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과 마찰을 빚고 있는 수사권 조정 문제는 올해 초 가동된 경찰청 수사권조정팀이 전담하고 있다.

사법시험(1984년 합격, 26회) 출신의 김학배 기획수사심의관(경무관)을 축으로 한 이 팀에는 황운하 총경 등 경찰대 출신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각국의 수사권 조정 현황과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의 문제점 등을 짚어내 수사권 독립 주장의 논거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문건에서 '파쇼 경찰'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우려를 표명하자 "과거 경찰의 모습을 확대 해석한 것이며, 오히려 검찰이 비대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반박논리를 만들기도 했다.

학맥과 인맥의 지원을 배경으로 국회에 대한 로비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시 특채로 경찰 생활을 했던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과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최근 경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100여 명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 혁신기획단은 수사제도 개선, 자치경찰제 등 경찰 조직의 혁신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사법시험(23회) 출신인 송강호 단장(경무관) 아래 행시 출신의 이진구 총경과 조병노 경정 등 55명이 활동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통과된 국가배상법 개정안이 혁신기획단의 작품이다. 개정안은 경찰 등이 공무 중 부상하거나 사망시 국가의 배상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국회 법사위는 경찰의 개정안에 부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경찰의 국회 로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시 출신, 경찰대.간부후보생 출신 간부가 주를 이루는 브레인들이 인맥.학맥을 동원한 로비를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 문제에선 경찰이 거의 모든 국회의원 사무실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각 의원 사무실에서 '골치 아프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집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 국회의원과 출신지가 같은 간부, 경찰청 정보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회의원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24일 "제 할 일을 다해가면서 의젓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자"는 지휘 서신을 보내 자제를 당부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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