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배변은 규칙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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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권양기씨(27·가명·회사원·서울성북구장위동)는 작년봄 회사에 입사하고나서부터 병아닌 병으로 고민했다. 평소 아침잠이 많던 권씨가 일어나는 시간은 아침7시30분쯤. 남대문근처의 회사에 8시30분까지 출근하기위해선 일어난후 그야말로 초비상을 걸어야 한다. 허겁지겁 서두르다보면 변의는 느끼면서도 화장실에 들를 시간조차 없다.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도 밀려드는 일처리에 쫓기다 보면 변의는 사라져 그대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런 생활이 한두달 지나다보니 화장실은 l주일에 l∼2차례.
소화도 잘 안되고 뱃속이 늘 거북한 상태에서 지낸다.
권씨가 이때 내린 결론은 아침잠을 좀 회생하더라도 일찍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자는 것.
이제는 6시30분쯤 일어나 느긋한 기분으로 화장실에 들른다.
권씨는 『아침마다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일이 이렇게 상쾌하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며 후련해했다.
예부터 쾌변은 쾌면·쾌식과 함께 장수의 삼대요인으로 꼽혀왔다.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한 생활을 누리는데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은 찌꺼기를 배출하는 것도 건강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이재종박사(고려병원내과과장)는 『일정한 시간간격으로 배변을 하는 것은 일정시간에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 자연스런 리듬이 깨지면 건강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사람은 식사를 하고 48∼72시간후에 찌꺼기가 대변이 되어 배설되는 것이 보통이다. 정상의 변은 70∼85%가 수분이다. 수분이 60%이하면 덩어리가 진 딱딱한 변이, 90%이상이면 물과 같은 형태의 변이 된다.
사람이 화장실에 가는 것은 변의를 느끼기 때문. 음식물이나 수분이 위에 들어가면 위결장반사를 일으켜 대장에 강한 수축운동이 일어난다.
이에따라 대장의 아랫부분에 모여 있던 분변이 직장으로 보내진다.
어느정도의 양이 직장에 모이면 직장점막이 자극되면서 그 자극이 뇌로 전달돼 변의를 느끼게 된다.
직장점막에 대한 자극은 수분이 많을 수록 강하다. 설사가 참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 또한분변의 양도 알맞게 모여야 쉽게 변의를 느낀다. 생기는 찌꺼기의 양은 음식물의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4시간정도가 가장 알맞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배변의 구조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위결장반사.
이 운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아침식사후가 된다.
최규완박사(서울대의대교수)는 위결장반사는 수면을 통해 인체내 장기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새벽녘에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라며 따라서 이 시간에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인체의 생리리듬을 지키고 건강한 배변생활을 영위하는 최선의 방책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자연스런 상태가 깨질 때 나타나는 것중 대표적인 것이 변비. 그 원인은 꽤 다양하나 크게나누어 질병등 몸의 이상에서 오는 기질성인 것과 뚜렷한 법이 없으면서도 나타나는 기능성인 것이 있다. 이박사는 요즘 샐러리맨들에게서 많이 볼수 있는 배변장애, 특히 변비의 경우는 대부분 기능적인 것이라며 『불규칙한 생활습관, 긴장된 생활, 운동부족등이 주요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식생활변화에 기인하는 것도 있다.
김병운박사(경희대부속한방병원제l내과과장)는 최근 변비가 증가하는 것은 정신적 긴장외에도 섬유소섭취가 부족한 식생활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과거의 곡채식위주의 생활에서 점차 백미·육류섭취가 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섬유소섭취가 줄었다는 것.
섬유소는 소화가 되지않고 장으로 내려가 장점막을 자극, 배변활동을 왕성히 해준다.
변비는 크게 보아 이완성 변비와 경련성 변비로 나뉜다. 이완성변비는 대장의 기능감퇴에서 온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을 먹는다든지, 영양불량·신체허약등에 의해 나타난다. 이에비해 경련성 변비는 장벽의 지나친 긴장에서 온다. 이는 신경이 예민한 여성, 정신근로자등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신경과민등에 의해 자율신경계가 지나치게 긴장될 때 나타난다.
이양종박사는 『변비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변의를 느끼면 만사를 제치고 화장실에 가라』고 강조한다.
이박사는 또한 『변의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출근전 반드시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아침에 가벼운 운동을 한다든가, 기상해서 냉수를 한컵마시는 것도 좋다. 운동은 혈액의 순환을 활발히해 대장의 수축운동에 필요한 혈액공급을 왕성히 하며 수분은 장점막을 자극, 배변을 촉진하기 때문. 또 변의를 느껴 화장실에 가도 변을 볼수없는 경우에는 아랫배를 시계방향으로 마사지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 최규완박사는 『복부마사지는 대장에 물리적 자극을 가해 배변활동을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식생활에서도 원인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야채나 과일등 섬유소가 많은 것을 먹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을 먹다보면 대장을 자극하는 힘이 적어져 이완성변비가 되기쉽다.
그러나 변비라해서 설사제를 먹거나 관장을 하는 것은 좋지않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후 시행해야 한다. <박태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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