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형평형 공급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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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낡은 주택 밀집촌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사업에서 수도권은 큰 평형이 줄고 지방은 늘어날 것 같다. 수도권은 중소형 평형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지방은 완화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주택 의무화(본지 5월 27일자 E9면 참조)와 맞물려 조합과 건설업체들은 재개발 사업성을 저울질하느라 분주하다.

◆ 지방은 큰 평형을 60%까지 건립 가능=정부는 법령을 개정, 임대주택 건설을 의무화하면서 이전에 없던 재개발단지의 평형 비율을 정해 지난달 19일 시행했다. 전용 25.7평 이하를 전체 건립 가구수의 80%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수도권은 이 비율을 더 높일 수 있고, 지방은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 공급 부족이 덜한 지방에선 중소형 평형 비율을 완화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역단체들은 조례로 규제했던 평형 건설 비율을 새 법령에 맞춰 다시 짜고 있다. 25.7평 이하를 70% 이상 짓도록 한 인천과 경기도는 바뀐 법령에 따라 80% 이상으로 조정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령이 조례에 앞서기 때문에 조례의 70% 이상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고 말했다. 서울은 영향이 없다. 이미 조례에서 25.7평 이하를 80% 이상 짓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전용 25.7평 이하 건설 비율을 법령에서 허용하는 최저(40%)까지 완화할 움직임이다. 부산시는 22일 재개발단지에 건설하는 전체 가구수의 40% 이상만 전용 25.7평 이하로 짓도록 하는 내용의 정비사업 건설 비율을 고시했다. 이제까지는 50% 이상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늘어나는 큰 평형 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비율을 하향 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전도 조례에 50% 이상으로 정한 25.7평 이하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다른 광역단체들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부산.대전처럼 40% 선까지 낮출 것으로 보인다.

큰 평형의 건립 비율이 늘어나더라도 가구당 최대 크기는 변함없이 제한된다. 대부분 전용 34.8평(115㎡) 이하다. 중소형 평형 건설 비율은 사업 시행 인가를 신청하는 재개발단지부터 적용된다.

임대주택 건설 의무 비율과 관련, 인천.경기도는 전체 건립 가구수의 17% 이상으로 최종 결정했다. 부산.대전은 8.5% 이상으로 정했고 다른 지방 광역단체들도 대부분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 사업성 어떻게 되나=수도권은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남지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임대는 원래부터 계획하고 있었지만 재건축 규제 등으로 희소성이 높아가고 평당 분양가가 높은 큰 평형이 줄어들면 분양 수입이 다소 감소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남 K공인 관계자는 "큰 평형을 원하는 조합원도 많은데 큰 평형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지방은 이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임대주택 건설과의 득실을 따지고 있다. 부산지역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큰 평형이 많으면 주택 가치를 높이고 분양 수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임대 건립에 따른 추가 부담금을 생각하면 얼마나 남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재개발을 추진 중인 65곳 중 58곳이 사업 시행 인가 이전 단계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구역 지정을 받은 원주시 단계동 117 일대 재개발구역 관계자는 "공급 부족 등으로 분양이 잘 되는 큰 평형을 늘릴 수 있다면 사업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큰 평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져 지분(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큰 평형 증가가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 중 30평형대는 시간이 지나면 팔리는데 큰 평형은 계속 미분양 상태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입지 여건 등에 따른 큰 평형 수요를 따져 평형 비율을 구성해야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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