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해냈다 … NC, 가을야구 첫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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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이호준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 2-2로 맞선 6회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33경기나 치러본 베테랑 이호준은 탈락 위기에 놓였던 팀을 구해냈다. [뉴시스]

프로야구 막내 NC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NC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를 4-3으로 이겼다. 1·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NC는 원정에서 귀중한 1승을 올리며 반격했다.

 NC의 주장 이호준(38)이 약속을 지켰다. 경기 전 그는 “2패를 하고 나니 오히려 부담이 없다. 마음 편하게 하는 게 제일”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뛰면 후회는 없을 것이다. 오늘은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누가 ‘미친 선수’가 될 것 같은가”라고 묻자 “내가 미칠 것 같다”고 답했다.

 이호준은 2-2로 맞선 6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 선발 리오단이 던진 초구 142㎞의 빠른 볼을 밀어쳤다. 총알같이 날아간 타구는 잠실구장 가장 먼 곳(비거리 125m)에 떨어졌다. 이호준의 PS 통산 10번째 홈런. 선배의 짜릿한 한방에 승리를 예감한 NC 선수들은 이호준의 머리와 등을 격하게 때리며 축하했다. 결승 홈런을 때린 이호준은 3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이호준은 NC가 처음으로 영입한 FA(자유계약선수)다. SK 소속이었던 그는 2012 시즌이 끝난 뒤 3년 총액 2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만 36세의 베테랑에게는 상당한 행운이었다.

 이호준은 통산 홈런 285개(역대 8위)를 칠 정도로 장타력이 좋다. 그러나 정확성이 뛰어나지 않고 나이가 많은 건 단점이었다. 타선의 중심이 필요한 신생팀 NC는 리더십이 좋고 펀치력도 뛰어난 이호준을 선택했다. 이호준은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NC의 돌풍을 이끌었다. 야수조 최고참이면서 주장까지 맡았다.

 NC의 첫 가을야구에서 이호준의 진가는 더 빛났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33경기나 치러본 베테랑답게 더그아웃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며 후배들 기를 살렸다. 1차전에서 NC가 3-13으로 지고 있던 9회 말 솔로 홈런을 때려내 자존심을 살렸다. 이어 3차전에선 승리를 부르는 결정적 한 방을 터뜨렸다.

 LG는 홈에서 세 번이나 아웃당한 게 뼈아팠다. 0-2로 뒤진 2회 1사 2·3루에서 최경철이 기습적으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으나 NC 수비에 걸려 3루 주자 이진영이 아웃됐다. 5회 무사 1·3루에서는 이병규(등번호 7)의 중견수 짧은 플라이 때 3루주자 오지환이 홈을 파고들다 NC 중견수 나성범의 송구에 걸렸다. 양상문 LG 감독은 곧바로 더그아웃에서 달려나와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아웃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오지환의 홈플레이트 터치보다 포수 김태군의 태그가 빨랐다. LG는 3-4로 뒤진 8회 말 1사 3루에서는 이병규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황목치승이 홈에서 아웃돼 추격의 기회를 놓쳤다. 세이프 타이밍이었으나 황목치승의 얌전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김태군의 거친 블로킹을 뚫지 못했다.

 NC 선발 찰리는 5이닝 6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이날 패배로 준플레이오프 7연승을 마감했다. 4차전은 25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NC는 웨버, LG는 류제국을 4차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김효경·김원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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