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날 택일…72%가 ″터무니 없다〃|「독자토론」에 비친 독자들의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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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분의2가 넘는 72%가 반대했다. 현대는 첨단과학의 시대다. 한갓 미신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이 과학의 시대에 믿고 행동한다는 것은 현대감각을 상실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경험적 입장에서도 근거가 없는 허튼 수작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삿날은 이사하기 편한 날, 즉 모든 식구가 이삿짐운반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휴일이나 휴일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비해 5사람에 1사람골인 18%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좋다는 날」을 택한다고 해서 나쁠 것이 뭐 있느냐는 주장이다. 개중에는 「택일」이란 역리철학에서 나온 것이며 따라서 결코 미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찬성>

<과학으론 설명을 못해>
이사와 혼인 때「좋은 날자」를 택하는 것은 결코 미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도 이 세상에는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희한하고 신비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세상일의 많은 부분에 대한 답변을 역리철학에서 구한다.
나는 소위「미신」을 우리조상들이 후손들에게 지악작선하며 행락하라고 남겨준 훌륭한 전통이며 교훈이라고 생각하고싶다. 이성불<59·무직·대전시 중구 용문동 260의39>

<그 나름대로 이유 있다>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사를 자주한 편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소위 미신이라고 부르는 전래의 각종 금기가 얼마나 과학적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초상들이 음력 아흐레·열흘·열 아흐레·스무날·스무 아흐레·그믐은「손 없는 날」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사오는 집과 이사가는 집간에 이사 일을 맞출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쌍방이 서로 다른 날을 주장하면 여러 가지로 어렵지 않겠는가.
조상들이 오랜 세월동안에 걸쳐 생활의 슬기로 전해온 것을 쉽사리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김정희 <44·주부·서울 성북구 정능동 900의3>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을>
남들이 이사갈 때마다 손 없는 날을 택한다고 할 때 나는 웃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혼할 여동생이 최근 이사를 했는데 택시운전사인 그 남편이 이사 후 3개월 동안 3번씩이나 사고를 냈고 이유 없이 병이나 보름간이나 병원에 입원을 했다. 주위의 말인 즉, 만약 북쪽으로 이사했더라면 목숨까지 잃었을 것이라는 끔찍한 얘기였다.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말이지만 너무도 끔찍한 일을 당한지라 앞으로는 할 수만 있다면 손 없는 날을 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종선<32·주부·경기도 안성군 안성읍 봉산동18>

<이사한 첫날부터 고생>
지난겨울에 이사를 했다. 마침 이삿날이 음력 초이틀로 이사방향인 동쪽에 손이 있다는 얘기였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라 이사를 하고 말았다.
이삿날 밤 새집에서 연탄 보일러에 연탄을 무려 10장을 태웠어도 방이 더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식구들은 그날 밤새도록 오들오들 떨며 지냈고 아이들은 모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그후로 두고두고 마음이 무거웠고 앞으로 이삿날만은 반드시 길일을 택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사부덕<32·주부·서울 강동구 암사동 강동아파트>

<말 안 듣다 온갖 나쁜 일>
『모르면 약이고 알면 병이다』『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있다. 몰랐으면 몰라도 알면서도 나쁘다는 쪽을 굳이 택할 필요는 없다.
나는 3O년 전 이사를 한번 한 적이 있었다. 「손이 있는 날」이었지만 『누가 그런 미신을 믿느냐』며 내 마음대로 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 식구들이 차례로 아프더니 4세 짜리 여자애와 젖먹이 사내애가 연달아 죽고 말았고, 그제 서야 집안에 환자가 없어졌다. 3O년이 지난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김종을<60·공무원·경남 남해군 남해색 서변동 321의5>

<역리에 근거가 있다>
오랫동안 역리학을 고구한 사람으로 이사택일을 고르는 방법을 적어본다.
길일=갑자일·을축일·병인일·경오일·정축일·을유일·경인일·임신일·계사일·을미일·임인일·계묘일·병오일·경술일·계축일·을묘일·병신일·정사일·기미일·경신일
그리고 다음 달, 다음 방향을 이사를 하면 불길하며 화를 당합니다.
음 정월·오월·구월에 축방 즉 동북방, 음 이월·유월·시월에 술방 즉 서북방, 음 삼월·칠월·십일월에 미방 즉 서남방, 음 사월·팔월·십이월에 신방 즉 동남방
서병소<서울 성북구 석관2동 338의406>

<반대>

<날씨가 좋은날이 길일>
택일을 받아 행사를 치르는 사람들 중에도 화를 당하는 사람도 많고 그와는 반대로 그런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잘 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60평생동안 25회나 이사를 하면서, 그리고 직업상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6남매를 출가시켰지만 한번도 택일을 받아 본적은 없다. 그래도 현재까지 각자가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비바람이 없고 맑고 갠 날이 가장 좋은 날이니 차라리 일기 예보를 듣고 택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덕부<농업·77·진주시 망경북동 24의3>

<이삿날부터 손해 본 셈>
「손」이란 귀신은 동서남북을 이틀사이로 돌아다니며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고 음력 9, 10일은 하늘로 올라간다 한다. 그러니 9, 10일에 이사를 해야 「손」과 만나지 않는다니 모두들 그날을 이삿날로 정해야한다는 얘기다.
한꺼번에 이삿짐이 몰리니 평일보다 운반비가 비싸고 인건비가 비싸고 불친절하고 제시간에 차가 오지 않아 기다려야하니 결국「손」없는 날 이사를 하게되면 그날부터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하루속히 이런 폐단은 없어져야되고 명랑한 사회가 이룩되도록 되어야 한다. 이삿짐 센터는 365일 이용시민을 위해 신용과 친절로 봉사할 수 있어야하며 그것은 이런 미신이 없어져야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민인규 <주부·48초·서울 종로구 혜화동 15의123>

<열 한번 옮겨도 탈없어>
결혼한지 3년만에 그이의 특수한 직업관계라 열 한번이나 이사를 했지만 길일을 받아 이사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그이가 하는 일이나 내게 특별히 궂은 일이 있었던 적도 없다. 작년에 어느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을 때 그 할머니께서 왜 하필이면「손」있는 날 이사를 오느냐고 하신 적이 있다.
「손」있는 날 이사를 왔어도 그 할머니 집에서 세사는 동안 어느 때보다도 그이가 하는 일이 잘되었고 집안에 나쁜 일도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잘 되기만을 바라는 옛 어른의 관습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미신처럼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뿐이지 택일 때문에 좋은 일 궂은일이 생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소진<주부·31·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창리162>

<가재도구만 파손 심해>
결혼 후 5번이나 남의 집으로 이사를 다닌 끝에 지난가을 작지만 내 집을 갖게 됐다. 그때마다 이른바 길일이라는 날을 친정어머니께서 받아 오셨다. 생각 같아서는 아빠가 쉬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을 택해 이사하고 싶었지만 부적까지 마련해오시며 한사코 반대하시는 어머님의 정성을 마다 할 수 없어 번번이 그대로 따랐다.
그때마다 아빠는 직장을 결근하거나 조퇴를 했다.
상대방과 날자가 맞지 않아 노숙을 하기도 했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빚을 얻은 경우도 있었다.
모든 게 전부 이삿날을 결정해 놓고 무리하게 그날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었다.
「손」없는 날이 일요일이라도 되는 날이면 이삿짐센터인부들의 서두름은 말도 못한다.
가재도구 파손은 두말할 것도 없고 당연한 듯 요구하는 운전기사의 별도요구는 시민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박영순 <주부·34·서울 강동구 암사3동 동서울아파트>

<택일 기준도 모호>
이사란 세간살이를 옮기는 일이다. 나의 경우 이사를 2회나 했다. 그중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 이사는 10일이나 걸린 적이 있다. 경남 진해에서 리어카 2대로 역화물취급소로 운반한 다음 인천에 도착한 게 2일 후, 다시 인천에서 1박하고 백령도 여객선에 이삿짐을 싣고 백령도에 도착한 게 1주일 후였다.
이런 경우 떠나는 날이 이삿날인가, 도착하는 날이 이삿날인가. 어떻게 택일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나로서는 날씨 좋은 공휴일 등이 이삿날로 적합하다는 것 외엔 달리 의견이 없다. 정병수 <공무원·45·진해시 태백동 1156의43>

<좋다는 날은 피하겠다>
우리에게는 이제 세 살 되는 쌍둥이 아이들이 있다. 재작년에 이사하는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마침 그날이 좋다는 날(손 없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삿짐센터에 일이 밀려 인부들은 그 많은 짐을 마당에다 내려놓고는 돈 계산도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이었다. 장롱이랑 몇 개의 큰짐을 옮기기 위해 다시 다른 인부들을 부르느라 혼이 났었다.
누구나 좋다는 날은 인부들이 성의 없이 이사에 임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날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송선옥 <주부·28·서울 강동구 천호1동 25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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