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경제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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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상적인 미일협력관계가 동북아시아지역의 중요한 안정요소라는건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미일관계가 마찰음을 일으키면 우리가 일말의 불안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게 중요한 미일관계가 지금 무역마찰과 방위비논쟁으로, 잔뜩 끌어당긴 활시위처럼 긴장되어 있다.
미국의회의 상원과 하원에는 투자및 서비스부문을 포함한 일본시장을 미국에 개방하라는 이른바 상호주의(reciprocity)법안, 그리고 일본의 방위비를 국민총생산(GNP)의 1%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한꺼번에 제출되어 있다.
말하자면 미국의회가 온통 대일공세에 동원된 인상인데 행정부와 언론, 그리고 재계도 한데 어울려 이 공세에 합세하고 있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지난 3윌1일 하원외교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소위가 한달예정의 대일관계에 관한 청문회를 시작하여 일본에 어떤 결단을 강요하고 있다. 일본의 반응여하에 따라서는 미일관계가 파국을 맞을 위험까지 안고 있다.
청문회 첫날 행정부쪽에서 국무성의「홀드리지」차관보(동아시아 - 태평양담당), 국방성의 「웨스트」차관보(국재안보담담), 그리고 통상대표부의 「맥도널드」차석대표가 증인으로 나가서 일본시장의 폐쇄성과 방위비 증가문제에 관한 무성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홀드리지」 『일본이 방위비문제에 관해서 적절한 초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일관계는 가까운 장래에 위험한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일반감을 완화하는 방도로 67개항목에 대한 비관세장벽의 완화조치를 취한바 있는데 「홀드리지」는 이 문제에 관해서도 『완화조치는 기술적인 처리에 그치고 정치적인 결단이 없었다』고 불평을 했다.
우리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끄는 방위비문제에서 「웨스트」는 『미국정부는 일본이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GNP의 1%이상의 방위비 지출을 필요로 한다고 믿는』 고 말했다.
이런 표현은 미국행정부가 처음으로 「GNP 1%이상」이라는 숫자를 입밖에 낸 것이고 양원에 제출되어 있는 「1%이상 결의안」에 대한 지지표명으로 해석되어 일본은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처지다.
81년도에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는 l백80억달러를 기록했다.
보수적인 중서부와 남부의「표밭」을 의식하는 「레이건」행정부가 정치적인 동기로 일본에 촉구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시장의 개방이다.
미국은 특히 쇠고기·감귤류·연초의 대일수출을 늘리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일본의 농촌은 집권 자민당의 「표밭」이다.
이렇게 두나라 집권당의 정치적 이해가 얽혀있는 무역마찰과 방위비문제는 「스즈끼」(영목선행)내각의 최대의 난제로 등장하여 그 귀추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측은 5월말 프랑스의 베르사유에서 열리는 선진국정상회담 이전에 미일간의 모든 마찰을 해소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때까지 미국은 정부·의회·언론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일본에 압력을 가할 기세다.
일본이 그의 경제적인 국력에 비해 시장개방과 안보부담 에 인색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 미국은 세계여론을 대표해서, 또는 적어도 세계여론을 등에 업고 대일공세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일본은 무역은 쌍방통행이라는 것, 안보의 지역성에 개안하여 미일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것이며 동시에 이기적인 「경제동물」의 이미지를 씻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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