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아갈 테니…" 도피 방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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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제주지방경찰청장과 강순덕 경위는 대표적인 스타급 여성 경찰관들이다.

김 청장은 경찰 역사상 최초로 여성 경무관으로, 강 경위는 군비리 수사로 '장군 잡는 여경'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 청장은 대학 1학년이던 1972년 순경 여성 공채 1호로 경찰에 입문한 뒤 형사.정보.수사.보안.경무 업무를 거쳐 지난해 1월 '경찰의 별'인 경무관으로 승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그의 제주청장 임명에 대해 '야심작'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강 경위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근무하던 2003년 인천국제공항의 군 발주 공사와 관련해 전.현직 장성 5명의 수뢰사실을 밝혀냈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강 경위는 그러나 같은 해 12월 경찰청 구내 매점에서 노무현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과 관련한 소문을 얘기했다가 발언 내용이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가는 바람에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좌천됐다. 하지만 지난해 의병 전역 비리 사건에서 현역 장성들을 적발해 사법처리하는 등 스타 여경의 자존심을 세웠다. 86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그는 13년 만인 99년 경위로 승진했다.

김 청장과 강 경위는 90년대 중반 경찰청에서 함께 근무했으며, 김 청장은 강 경위를 특별히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감찰과는 96년 5월 서울 한남동의 한 갈비집에서 두 사람이 수배 중이던 건설업자 김모씨를 만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구속된 김씨는 경찰에서 "당시 김 청장이 '안 잡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간부들이 수배자를 검거하기는커녕 도피를 방조한 셈이다.

돈 문제와 관련, 김 청장은 89년 경찰청 소년계의 공식 계좌를 통해 김씨에게서 소년소녀가장돕기 성금조로 1억5000만원을 받았으며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찰 결과 그런 계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청장이 이 돈 중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또 강 경위가 김씨에게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주는 과정에서 김 청장이 개입했는지도 캐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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