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랠리 징조" "900선 깨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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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하반기 랠리(강세장)의 징조가 보인다. 주식을 사야할 때다."(UBS워버그)

"지수 조정 가능성이 크다. 팔 기회가 왔다."(씨티증권)

지수 1000선을 오가는 국내 증시의 앞날을 두고 대형 외국계 증권사 두 곳에서 판이한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UBS워버그는 20일 보고서를 내 "기업 실적과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가치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주가지수가 올 하반기중 800선 아래까지 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UBS,"가치주 살 때"=UBS워버그는'하반기 랠리를 기대하는 8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한국 증시가 기업들의 실적이 나쁘고 수출 둔화 등 거시지표가 부진함에도 올들어 상승했다는 게 첫째다. 풍족한 유동성이 힘의 원천이다. 기업 실적은 올 3분기에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인 뒤 내년에는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UBS는 내다봤다. 1분기 2.7%에 머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내수 소비가 바닥을 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원-달러 환율도 한국은행의 개입 등으로 100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도 낙관적 전망의 근거다. 이밖에 국내 자금이 갈 데가 없는 상황에서 주식형 펀드로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UBS워버그는 하반기 한국 증시에서 가치주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가치주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PBR에 비해 높으며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 등을 말한다.

◆ 씨티,"주식 팔 때"=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한국 증시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최근 내놓은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6개월 목표지수로 795~800선을 제시했다. 씨티증권은 이 보고서에서 앞으로 한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가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것이라며, 과거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볼 때도 한국의 주가는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증권은 "디플레이션을 주의하라"는 보고서도 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추가로 내리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 경우 주식 시장에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2002년에도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을 때 금리를 소폭 올려 대응했으나 당시 수출 감소와 맞물려 주가는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씨티증권 유동원 상무는 20일 "최근 지수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것이지만 지수를 떠받치거나 끌고 나갈만한 힘은 없는데다 부동산 급등 등의 요인으로 유동성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단기적으로 1015포인트를 정점으로 보고 있으며 900선이 깨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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