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코발트만 세계가 14만년 쓸 양|미영불독이 눈독들이는 해저광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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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해양법 회의가 사실상 국가간의 이해 상충으로 어떤 타결점을 찾기 힘들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희귀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절실함에 따라 미·영·불·독 4개국은 태평양 동남해역에서 해저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본 등 아직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서 뒤떨어져 있는 일부 선진국들은 인류공유의 자원인 해저 자원을 이들 4개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개발, 이용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 개발의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독점개발에 반대>
선진국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해저자원은 망간단괴라는 금속광물로 깊이가 낮은 바다에도 있기는 하나 극히 소량이고 품위도 형편없으며 수심 5천∼6천m의 심해저를 부종대로 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곳은 바로 미국 등 4개국이 공동계발 계획을 세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를 잇는 선의 남쪽해저 일대다.
이 광대한 해저에 있는 망간단괴는 그 품위가 매우 높을 뿐더러 그 양도 대단히 방대하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 금속광물은 조그만 돌덩어리로 망간·니켈·동·코발트를 비롯해 많은 금속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중 망간의 구성비가 가장 크기 때문에 망간단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 망간단괴는 1872년 영국의 군함을 개조한 해양심사선 챌린저호가 5년간에 걸친 세계일주 탐험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나 그 개발 이용에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 20여년에 불과하다. 태평양 동남 해저표면에는 망간단괴가 어떤 곳에는 드문드문, 또 어떤 곳에는 마치 바둑돌을 나란히 늘어놓은 듯 조밀하게 깔려있다.
해저광물 분포상태에 관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J·A·멜로」박사는 지난 65년에 내놓은 그의 저서 「해양광물자원」에서 태평양 해저에 깔려있는 망간단괴는 약 1조7천억t이며 여기에 함유된 금속의 양은 제철 원료인 망간이 4천억t, 특수강 제조에 쓰이는 니켈이 l백64억t, 전도체 등 용도가 다양한 동이 88억t, 각종 금속재료공업상 귀중한 합금용인 코발트가 58억t이나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추정치는 지금까지 확인된 비교가 안되게 방대한 규모다.
예를 들어 코발트는 75년 현재 전 세계의 연간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14만년 분이다.
또 지상 매장량은 망간의 경우 비교적 풍부하고 값도 싼 편이지만 그 상당량이 소련에 있고 니켈·동·코발트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있는 등 지역적 편재현상이 심하다.
따라서 소위 자원대국이라는 미국조차 망간과 코발트는 전량, 니켈은 85%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귀중한 해저자원인 망간단괴를 채광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혹독한 자연조건>
6천m까지의 해저에 닿기까지는 6천m라는 엄청난 두께의 해수가 장해가 되며 수온은 섭씨 0∼3도이고 수압은 6백기압(㎝당 6천t의 압력)이라는 혹독한 자연조건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 조건을 극복하고 해저 자원을 채취하는 유망한 방법으로 현재 본격적인 실용화연구가 진행되고있는 것은 ⓛ연속버킷방식(CLB) ②에어 리프트방식 ③펌프삭션방식 ④셔틀마이너방식이 있다.
그 원리는 연속버킷방식의 경우 연승어법처럼 투입 로프에 삼태기 같은 버킷(물통)들을 잔뜩 달아 채취선과 해저사이를 순환시키는 것으로 버킷이 바닥에 닿을 때 끌어당겨지는 힘으로 망간단괴가 채취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동력원이 채취선 안에 있어 유지점검이 쉽다는 이점이 있으나 대량 채종에는 적합하지 않다.
에어리프트 방식 및 펌프삭션 방식은 공히 채취선으로부터 긴 파이프를 해저까지 늘어뜨려 그 끝에 부착된 공기 청소기의 집진기 같은 집광기(컬렉터)로 망간 단괴를 빨아들여 끌어올리는 원리로 전자는 압축공기를 이용하고 후자는 수중 펌프를 접속시키는 메커니즘만이 다르다.
이들 두 가지 방식은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오래 전부터 각국이 다투어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모 셔틀마이너 방식은 채취선을 기지로 하여 무인셔틀 마이너기를 해저로 발전시켜 이 셔틀마이너기가 자력으로 해저를 주행하면서 망간단괴를 채광하여 기지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마치 미국의 스페이스 셔틀(자주선)과 같은 이치이나 다만 셔틀마이너기의 경우 그 활동무대가 자주가 아니라 해저인 것이 다를 뿐이다.
셔틀마이너 방식은 일시 대량 채취가 가능하나 셔틀마이너기의 제작비가 엄청날 뿐 아니라 적어도 수10대를 투입해야 상업화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가까운 장래에 실용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먼 장래에는 이 셔틀마이너방식이 가장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무튼 전문가들은 80년대초에 어떤 방식으로건 태평양의 망간단괴에 대한 상업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국제석유자본인 메이저들이 근래에는 석탄과 핵연료인 우라늄까지 지배하게 되었듯이 이제는 해저자원에도 그 지배력을 뻗치려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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