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조정 '상호비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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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검ㆍ경이 서로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법 개정을 이끌기 위해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펴고있다.

검찰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검ㆍ경 수사권 조정 추진 현황'이란 자료와 함께 '검사 수사 지휘권의 역사적 성격'이란 자료를 보냈다.

검찰은 이 자료에서 수사권 조정 작업의 경과를 소개하고 "비수사 분야 출신 간부들이 훨씬 많은 경찰조직의 특성상 내실있는 수사지휘가 불가능하다. 15만 경찰이 통제없는 수사권을 행사하면 거대 경찰권의 탄생으로 국민 자유와 인권 위협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해방 뒤 검찰은 일제 독립투사 변호인들을 충원한 반면 경찰은 식민경찰 종사자들을 다시 채용했다. 당시 경찰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식민지 수탈의 도구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경찰의 아픈 과거사를 들춰내 경찰을 자극했다.

검찰은 "(당시)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해 경찰 파쇼를 견제했다"는 표현도 썼다.

검찰은 "이달 초 일부 의원들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보고서를 요청해와 대검에서 자료를 모아 법무부 검찰국장 명의로 제출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역사를 설명하면서 경찰의 역사나 형소법 제정 배경을 언급한 것일 뿐 경찰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은 형소법 개정과 관련된 게 대부분이고 일부 문제가 된 용어들도 학계에서 공인된 표현"이라며 "검찰 지휘가 없으면 경찰이 파쇼화되고 인권보호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설령 검찰의 문건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역사적 사실을 들춰가며 다른 기관을 악의적으로 헐뜯고 폄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본 뒤 대응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검찰의 태도는 검ㆍ경은 물론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논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대방 비난에 대해서라면 경찰도 할 말이 별로 없다.

경찰은 조직에 대한 일부 경찰관의 지나친 애정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설명하지만 검찰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수ㆍ찾ㆍ사'(수사권을 찾는 사람들)의 노래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 가락에 검찰을 비난하고 수사권 조정을 촉구하는 노랫말을 입혔다.

이 노래는 "경찰청 동남쪽 택시타고 20분 무소불위 독재자 권력의 고향, 검찰이 아무리 자기가 한다고 우겨도 수사는 경찰이", "대검찰청 나오면 한강다리 왜 갈까 한강다리 지키느라 경찰 힘들어, 인권보호 못하면 수사도 하지마 수사는 경찰이" 란 가사로 검찰을 깎아내렸다.

경찰은 또 일선 경찰서나 지방청별로 초청강연 등을 통해 앞다퉈 의원들을 '모셔다' 수사권 조정을 도와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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