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모시는 미풍 동양서도 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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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인문제는 구미산업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격언에 『노인을 모시고 사는 것은 보석을 갖고있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전통적으로 대가족제도를 고수해 늙은 부모를 모시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동양 고유의 관습이 급속히 무너져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나라들에 있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화된 일본이나 농업국인 태국에서도 마찬가지.
이광요 싱가포르수상은 최근 늙은 부모의 부양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대가족을 붕괴시키고 있는 젊은이들의 태도변화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제 따로 살기를 원하고 있으며 그런 생활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비난하고 있다.
주택사정 또한 이런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의 약70%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3대가 함께 살기에는 너무 비좁은 형편이다. 홍콩 역시 초만원의 아파트사정이 대가족을 깨뜨리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의 약70%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비좁은 주택사정과 젊은이들의 태도 변화는 많은 노인들을 따로 살도록 강요하고있다.
이런 가운데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과 같은 보다 덜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관습이 더욱 강화되고있는 면도 있다.
필리핀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를 하는 인사가 행해지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무릎을 꿇고 부모의 무릎에 키스하는 인사예절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조차도 대가족은 가난 때문에 붕괴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중공에서는 정부자신이 사실상 대가족제를 파괴한 적이 있다. 문화혁명 동안에 1천만명 이상의 지방젊은이들이 일터로 보내짐에 따라 수많은 가족들이 따로 살게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그런 경우가 별로 값이 대부분의 가족들이 함께 살고있다.
몇몇 국가들은 늘어나고 있는 노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 하고있다.
홍콩은 노인들을 위한 공공주택건립과 부모를 모시는 사람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행하고 있고 대만은 무료주택과 의료검진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버스의 무료탑승과 공연장·목욕탕 등의 할인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이런 제도들 역시 늘어나는 노인인구를 뒷받침하기에는 불충분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현재는 7%에 불과한 65세 이상의 인구가 2015년에는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국가들이 산업화를 지향하고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세대간의 격차는 점점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노인문제가 더이상 가족문제에 국한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뉴스위크·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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