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매장 품질·가격 똑같이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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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기존의 모든 유통 전략은 쓸모없게 됐다. 온·오프라인 매장 간 장벽을 깨야 한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IBM이 한국·미국·영국 등 16개국 소비자 3만 명의 쇼핑 행태를 조사한 뒤 내린 결론이다. 온·오프라인 매장간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차를 두지 말고, 소비자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구매하고 어디로든 반품할 수 있게 하라는 얘기다.

 IBM의 이번 조사 결과를 갖고 서울을 방문한 질 플러리(51·사진) 글로벌 리테일 인더스트리리 리더(부사장)를 만났다. 그는 “유통업계는 지금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닥쳤다”며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미 미국서는 2017년이면 아마존이나 구글오퍼 같은 온라인 업체가 월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를 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IBM이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나선 건 소비주체의 변화 때문이다. 그동안 각국에서 소비를 주도한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는 구매력이 점차 약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에 익숙한 밀레니엄세대(1980~2000년)가 소비주체로 부상중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PC와 디지털 세상을 접하고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따라서 유통업계가 옴니채널을 구축하지 못하면 핵심 소비층을 놓치고 마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온라인 매출 증가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해 IBM조사에서 소비자의 16%가 제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올해는 2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플러리는 “유통업계가 온라인몰 성장은 쇼루밍족 때문이란 편견을 빨리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몰이 성장하는 건 오프라인 매장서 상품을 확인한 뒤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몰서 구매하는 쇼루밍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낡은 생각이란 지적이다. 이번 IBM조사에서도 온라인 구매의 70% 정도는 온라인몰만 방문하는 고객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러리는 또 “유통업체가 구축할 옴니채널은 유통업자가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IBM조사에서 나타난 소비자가 원하는 옴니채널의 방향은 크게 다섯 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이 똑같아야 한다는 거다. 또 소비자는 온라인서 구매한 상품을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서 반품할 수 있기를 원한다.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이 없으면 언제든 집에서 택배로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 배송 과정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언제든 확인 가능해야 한다. 플러리는 이런 소비자 기호를 잘 맞추는 업체로 애플을 꼽았다. 그는 “같은 유통업체가 운영하는데 오프라인은 비싸고 온라인서는 싸게 판다거나, 온라인 물건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릴 듣는다면 소비자가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리는 또 “유통업체가 주변 상권 경쟁자만 쳐다보며 옴니채널 구축을 미루면 시장의 주도권은 아마존·구글·페이스북·애플 같은 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몰인 아마존은 유통업체 중 가장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구글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검색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사이트가 되기 위해 구글 오퍼 서비스를 도입했다. 페이스북은 사이트에 게시된 상품평 등을 통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할 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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