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결혼식 예법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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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마 타고 시집·장가가는 옛 결혼식 절차인 혼례홀기(혼례홀기)가 성균관유림에 의해 정리됐다.
신식결혼에 밀려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 구식 결혼은 최근 복고풍의 영향으로 띄엄띄엄 치러져 왔으나 변칙이 많아 정통예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성균관 의전담당관 박중훈 전의(전의)는 오는 3월초 문을 여는「한국의 집」구식결혼식장 개장을 계기로 그동안 지방에 따라 구구 각색으로 변형됐던 혼례절차를 통일키 위해 이른바 한식결혼의례준칙을 마련, 첫선을 보이기로했다.
중국 고대의 의식교범인『사례편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이 혼례홀기는 원래의 육례 (납채·문명·납길·납폐·청기·친영)를 간소화해 친영례(친영례)·전안레(전안례)·교배례 (교배례) 등 식전 위주로 했다.
이 홀기는 예전 시골에서 보아오던 것처럼 신부집에서 혼례식을 모두 끝내고 첫날밤을 지낸 뒤 신랑집으로 신행하던 것과는 달리 신부집에서는 친영례와 전안례만 거행하고 신랑집에서 교배례를 마친 뒤 첫 밤을 지내도록 한 점이 특징.

<친영례>
신부를 맞아 예식을 올릴 수 있도록 신랑집 마당에 남북으로 초례상을 길게 설치하고 소과(소과=채소 반찬과 과일)와 잔반(잔반=술잔) 젓가락·촛대 등을 마련해둔다.
사모관대를 차려입은 신랑이 쌍 초롱을 든 종자의 인도를 받아 말을 타고 신부집으로 향한다.
신랑의 행렬 뒤엔 기러기를 든 사람이 따른다.
신부집 대문밖에 도착한 신랑은 말에서 내려 안내를 기다린다.

<전안례>
신부집의 주인(맏아들 또는 가족)이 대문 밖으로 나와 신랑에게 읍(읍)한다. 신랑은 기러기를 받아들고 주인을 따라 전안상으로 다가선다.
신랑은 꿇어앉아 기러기를 전안상위에 내려놓으면 장모가 이를 받아든다. 이때 신랑은 장모에게 큰절을 두 번 올린다.
부모의 부축을 받은 신부가 흰 수건으로 눈앞을 가리고 방문을 나서면 신랑은 읍하여 맞이한다.
신랑은 말을 타고 앞장서고 신부는 쌍 초롱을 든 종자의 인도를 받아 신랑집까지 가마를 타고 간다.

<교배례>
신랑은 초례상 동쪽, 신부는 서쪽에 마주선다.
신랑이 남쪽에 둔 대야에 손을 씻고 신부는 북쪽대야에 손을 씻는데 수건은 상대방 쪽 손님이 준비했다가 건네준다.
신부가 먼저 두 번 절하면 신랑이 한번 답례하고 또 신부가 두 번 절하면 신랑은 한번만 답례한다.
신랑이 신부에게 읍하여 제자리에 앉게 하면 종자가 찬을 차리고 잔에 술을 따른다.
신랑과 신부는 각각 술잔을 땅에 기울여 잔을 비우고 안주를 조금 떼어 탁자에 놓는다.
종자가 또 술을 따르면 신랑은 신부에게 읍하고 술을 마시며 다음 차례엔 신부에게도 술을 권한다(지방에 따라 종자가 손에 청홍색 실을 감아 걸고 신랑이 따른 술잔을 신부에게 돌리고, 신부가 따른 술잔을 신랑에게 돌리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같은 절차에 따라 혼례식이 끝나고 신랑·신부가 퇴장하면 손님들을 위한 잔치가 벌어지게 된다.

<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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