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 숲속에 숨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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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러나 해병대에 대한 압력은 이 선에 그치지 않았다.
유원철씨 (당시해병대위).
『사령부 지시뿐 아니라 장 총장이 직접 나와 원대복귀 명령을 했어요. 그래서 돌아간다고 하고 창경원과 비원 숲속에 숨어 정찰기 수색을 피하게 했고 그도 안돼 17일저녁 나절엔 트릭 1대에 6명씩만 태워3 0대로 행렬을 지어 철수시키면서 18일 아침까지 각개약진으로 서울에 오게 했지요. 』
포병단은 기복이 더욱 심했다. 군단장 김웅수 소장, 그리고 역시 한미 1군단장 「라이언」 중장까지 나서 원대복귀를 명령했다. 장 총장도 포병단만은 복귀시키자고 해 박 소장도 동의했고 사령관 문재준 대령도 물러서고 말았다.
다만 대대장들이 주저해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 과정.
P씨 (당시준장·부군단장).
『군단장 김웅수 소장은 <포병단을 누구 명령으로 출동시켰느냐고 대노했어요. 그리곤 <작전참모 홍종철 대령은 불법출동에 관련돼 있다>면서 연금시키라더군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육본에 있다가 군단장 설득을 위해 16일 오전에 귀대했는데 군단장께 말도 걸어 보지 못하고 연금 된거지요. 나는 17일 오전 군단장 명령으로 예하 사단의 출동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사단장 정강 준장은 <출동춘비는 벌써 끝났다. 왜 군단장이 결단을 못 내리느냐>고 화를 냅디다.
그는 방첩대장 손진술 중령을 서울로 보내 서울사태 점검을 끝내고 있더군요. 하오에 군단장이 불러서 갔더니 「라이언」중장도 함께 있읍디다. <포병단은 철수해야 한다. 부군단장이 육본으로가 「경고각서」를 전하라>는 지시였읍니다. 육본의 상황도 모르는데 ××이 떠오릅디다. 그러나 명령엔 따라야지요. 완전무장을 하고 부관 1명만을 데리고 갔지요. 우선안전해 보이는 조상호 무관실장 방으로 갔어요. 그곳에서 문재준 사령관을 불렀어요. 그랬더니 문대령이 대대장들과 함께 왔어요. <군단장의 경고각서를 가져왔다. 받겠느냐 안받겠느냐>고 했더니 문대령은 <그러찮아도 절수하기로 이미 결정했읍니다. 받겠읍니다>고 해요. 그런데 끝내 복귀하지는 않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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