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환 신임 증권감독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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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1일 증권감독원장에 취임한 전동자부장관 박봉환씨-. 원래가 재무통이었던그답게 증권계 새총수로서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해나갔다.
▲자본시장이란 기업들에 양질의 자금을 조달해 주는 기능도 중요하지만투자하는 쪽인 가계의 이익보장에도 충실해야합니다.
가계의 돈이 마음놓고 증권시장에 투자될수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투자대상도 다양해지면 또다시 부동산투기같은 것이 일어날수 있겠읍니까.
-주식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으신지요.
▲아직은 없어요. 사실 솔직이 말해서 증권에 대한나의 선입견은 별로 좋질못했어요. 66년 재무부 증권과장시절, 당시만해도 워낙 투기가 심해 혼이 났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도커지고 안정되어있어 나도생각을 고쳐먹어야겠읍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자고 오늘 취임인사로 직원에게 당부했읍니다만 사실 나자신부터 먼저 적용해야 할 말입니다. 자동차공장 기술자가 교통사고만을 생각하면서 일한다면 잘될리가 있겠읍니까.
-그러나 주식투자에서 그본질이라 할수 있는 투기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수있겠읍니까.
▲주식시장이 투기시장화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투기는 곧 일반투자자들에게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증권시장뿐만 아니라 경제전체가 그전과같은 투기는 허락지 않을거예요. 성장일변도 정책아래서는 무턱대고 부풀리기만하면 이득을 볼수 있었고, 설혹 손해를 봤더라도 다른방법으로 재차 승부를 낼수 있었어요. 그러나 경제기조 자체가 저속·안정쪽으로 전환된만큼 이젠 어떤 투자라도 신중히 하지 않으면안됩니다. 그렇지·않으면 큰위험부담이 따릅니다.
따라서 투기풍조는 자연히 진정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주식투자에 있어 투기적인 요인을 아주 배제할수는 없겠지요.
미국의 「갤브레이드」와같은 유명한 경제학자도 대공황당시 주식투자로 막대한돈을 벌지 않았읍니까.
-항간에는 박원장에게 강직하다는 뜻에서「대쪽」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있는데 증권가에도 바람이 불까봐 벌써부터·걱정이 많던데요.
▲ (팔을 내저으며) 제발 그런말 마십시오. 큰일날소리. 그야말로 증권시장의 악성루머입니다.
-어떻습니까. 그동안 잠시 야인생활을 하면서 느끼신 소감이 있다면.
▲ 사람이 하는 일에는 운명이 50%고 노력이 5O%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젠 그런것 같지도 않아요.
운명이 90%를 결정하고 10%만이 노력에 의한것같습니다. 운명론자가 되어가는 것인지 모가 깎이는것인지 잘 모르겠읍니다만….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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