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자원에 관한 비밀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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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영국·서독·프랑스등 구미4개국이 해저광물자원을 독점하는 협정을 체결하기로 비밀합의하여 「4개국클럽」에 끼지못한 일본은 말할것 없고 소련권과 제3세계는 분기충천이다.
국제사회에서 특권계급임을 은연중 자처하는 미·영·독·불은 유엔해양법회의에서 해저자원의 개발에 관한 국제조약을 놓고 선후진국간에 이해가 대립되어 타결의 전망이 어두운 틈을타서 오는 19일 해저자원의 독점개발비밀협정에 조인하기로 합의해 버린것이다.
체결 즉시 발효하게되는 이 협정은▲발효와 동시에 4개국 사업주체들은 탐사광구를 각국정부에 신청하고▲상업개발은 88년1월 이전에는 금지하지만 예비채광은 자유이고▲신규가입자는 국내의 관계법을 정비한 나라에 한하되 83년 1월24일 이전에는 신청을 거부한다는등의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 협정의 노골적인 배타성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4개국이외의 나라가 국내법을 정비하여 83년1월이후에 참가가 가능하다고 해도 그때까지는 미·영·독·불같은 나라의 기업들이 우량광구의 대부분을 선점해 버린뒤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4개국 비밀협정은 19세기 제국주의열강들의 식민지분할의 재판같은 인상을 준다.
심해저는 자원의 보고요 인류의「마지막 변경」(Last Frontier) 이다.
히말라야의 높이만큼 깊은 해저에는 지상의 40배가 넘는 광물자원이 묻혀 있는것으로 추정된다. 해저광물은 해양학자들이 MN (Manganese Nodule)이라고 부르는 구운감자같이 생긴 시커먼 고체덩어리에 함유되어있다.
MN의 구성은 망간5, 철산, 구리1·3, 니켈1·4, 코발트0·2%로 밝혀졌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해상면적의 3·5%가 MN으로 덮여있고 남서부태평양과 북태평양의 해상은 25에서 50%가 MN으르 깔려있다.
MN의 총매장량은 최고 10조t인이고 가격으로 치면, 몇조달러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유엔해양법회의는 바닷속의 재화의 보고를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보고 해저자원의 채굴을 관리하는 국제기구를 만드는것을 주요 골자로하는 조약을 마련하려고 논의를 거듭해왔다.
조약의 시안은 해저자원이 결국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선진국에 의해 독점채굴될 현실적인 가능성에 대비하여 후진국들을 위해 일부 해저광구를 유보하고있다.
그런 조약이 체결되면 한국을 비롯한 중진국들은 몇나라가 컨소시엄을 만들고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을 빌어 마침내 자원우산국이 되는 숙원을 이룰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도 「카터」 행정부때까지는 이런내용의 조약에 윈칙적으로 동의를 했다. 그러나 「레이건」은 해저전략물자의 확보가 서방세계의 안전보장과 직결된다는 명분을 내걸고 배타적인 4개국협정의 체결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엔해양법회의에서는 4개국의 횡포에 대해 개발도상국들과 소련의 일대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은 자원소비국의 입장이라 단기적으로는 해저자원의 상업개발로 자원가격이 내리는것을 환영할 처지다.
그러나 우리는 제3세계의 일원이라는 이념적인 이해를 접어두더라도 인류공동의 유산이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선진공업 국가들의 대기업에 선취독점되는 사태에 대해서는 분명히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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