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왜 한강수계만 '수질오염 총량제' 늦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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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 수질 개선을 위한 한강수계 수질오염 총량관리제 시행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경기도 용인.남양주.이천시, 양평.여주.가평군 등 6개 시.군은 14일 하남시 소재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팔당호 수질정책협의회를 열고 '수질오염 총량관리제' 도입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일부 지자체가 총량관리제 의무 시행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등은 정책협의회와 실무위원회 등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20여 차례 회의를 거듭했지만 번번이 반발에 부닥쳐 합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총량관리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상수원보호구역과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지정, 수변구역 도입 등을 통해 오염시설의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하고 새로 들어서는 것을 억제했으나 오염 배출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팔당호 수질 개선에 지난해 말까지 총 2조8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팔당호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만으로 따지면 1.3ppm 수준으로 1급수에 가깝지만,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나 질소.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고도정수처리가 필요한 3급수 수질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팔당호 인근 지자체들은 총량관리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수질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총량관리제가 도입되면 지역 내 거센 개발 요구를 수용할 수 없고, 세수 확보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999년 9월 시행에 들어간 '한강수계법'에서 정부는 총량관리제를 의무화할 예정이었으나 팔당 주변 지자체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뒤로 물러섰다. 지자체가 여건에 따라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강수계보다 늦게 특별법을 만들어 2002년 7월 시행에 들어간 낙동강.금강.영산강 수계에서는 총량관리제가 의무화돼 있고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해당 주민들 역시 강하게 반대했지만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 압력이 낮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는 6개 시.군과의 이번 협상에서 총량관리제가 도입되면 불합리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으면서 타결을 시도했고 한때 합의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14일 회의에서 일부 지자체는 "일선 시장.군수가 책임지고 시행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법으로 정해 못 박을 필요가 있느냐"며 임의제 유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법으로 뒷받침돼야 제대로 시행될 수 있고, 다른 수계와의 형평성에 비춰 봐도 의무화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날 회의는 결렬됐지만 환경부는 올 정기국회까지 남은 기간 중 실무위원회를 통해 의견차를 좁혀 나가기로 했다. 환경부는 올 정기국회에서 한강수계법에 의무화 내용을 포함시켜 개정할 방침이다. 이견이 조정되지 않더라도 준비가 완료된 지자체부터 임의제 형태로라도 시행에 들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환경부 정연만 수질보전국장은 "의무화되면 강원.충북지역 지자체도 참여해야 하고 2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면 시행은 일러야 2007년께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 총량관리제란=상수원 수질관리를 위해 수계 구간별(시.도, 시.군 경계)로 달성해야 할 목표 수질과 지자체별 오염배출량을 정하고 목표수질이 유지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추가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를 지키지 못한 지자체는 도시개발.관광지 등 각종 개발사업을 못하게 된다.

총량관리제가 도입되면 오염 발생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나 공장을 새로 지을 때는 허가 절차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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