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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안심다" 마산 아재들 끝까지 '단디봉'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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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NC는 호된 가을야구 신고식을 치렀지만 마산 팬들은 NC 마스코트인 단디가 그려진 ‘단디봉’을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단디는 ‘단디 하라(확실히 하라)’는 경남 지역 사투리에서 따왔다. [창원=뉴시스]

19일 오전 서울에서 마산으로 향하는 KTX는 LG 팬들이 점령했다. LG의 유광점퍼를 입은 이들이 칸마다 보였다. KTX가 동대구-밀양-창원중앙-창원을 지나면서 NC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KTX가 마산역에 도착하자 50여 명의 NC 응원단이 도열해 “NC의 도시 마산입니다! NC! NC! NC!”라며 외쳤다.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마산 아재(아저씨)’들이었다. LG 팬들은 “이 정도로 NC 팬들이 열심히 응원할 줄 몰랐다. 무섭기까지 하다”며 슬글슬금 지나치려 했다. 이때 NC 팬들이 “LG 팬들, 반갑습니다. 함께 즐깁시다”며 하이파이브를 제안했다.

 NC가 창단 3년 만에,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됐다. 그 뒤에는 든든한 마산 팬들이 있었다. 택시기사 김영수(55)씨는 “창원·진해 등 시외로 나가는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죄다 야구장 간다꼬 안 합니꺼. 오늘 장사 다 했어예”라고 투덜거렸지만 흐뭇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마산구장 곳곳에는 경남 지역지가 찍어낸 ‘NC 가을야구 특별판’ 호외가 휘날렸다. 마산에서 가을야구는 14년 만이다. 2000년 삼성-롯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유일한 포스트시즌 경기였다. 마산 토박이 임종훈(48)씨는 “우리에겐 이번 가을야구가 축제라요. 롯데랑 했으면 더 재밌었을낀데”라고 했다. NC 팬 대부분은 롯데 팬이었다. 부산 연고 롯데가 제2의 연고지였던 마산에서 1년에 4~5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NC가 창단하자마자 이들은 롯데를 버리고 고향 팀으로 ‘전향’했다.

 NC는 올해 또 하나의 악재로 힘들었다. 신축구장 부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진해 옛 육군대학에서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부지 변경을 결정한 안상수 창원시장이 지난 9월 시의원에게 날계란을 맞는 곤혹도 치렀다.

 이날 NC는 1회 초 6점을 내주며 풀이 죽었다. 하지만 마산 팬들은 2회 나성범의 솔로포에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LG 쪽으로 기울었지만 NC 팬들은 끝까지 축제를 즐겼다. 공룡 방망이 ‘단디봉’을 흔들며 NC 선수들을 응원했다. 3-13이던 9회 말 NC 이호준의 솔로홈런이 터지자 결승홈런을 본 것처럼 열광했다.

 김해에서 온 김증섭(37)씨는 “졌지만 괘안심다(괜찮습니다). 첫 가을야구라서 그렇지예. 그래도 얼마나 시원하게 야구합니꺼. 우승할 낍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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