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종] 잘 나가던 조선업 이틀째 배멀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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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실적이 좋아지면서 올들어 강한 상승 바람을 타던 조선업종이 연이틀 큰 폭으로 내렸다. 2년 넘게 오르던 국제 선박의 수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14일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5% 이상 크게 떨어졌다. 그 중 현대미포조선(-11.35%)과 STX조선(-10.46%)의 하락폭이 컸다. 조선업종의 약세는 영국의 해운연구기관 클락슨이 10일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 하락 소식에서 비롯됐다.

6월 둘째 주 신조선가 지수는 166포인트로 전주 169포인트보다 1.8% 떨어졌다. 그간 세계적인 선박 수요 증가로 계속 오르던 이 지수가 떨어진 것은 2003년 1월 이후 30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14일 외국계 등 일부 증권사들이 조선업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현재 선박 값을 좌우하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힘이 1~2년안에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골드만삭스와 UBS증권도 "조선업종이 본격적으로 침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박 가격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종금증권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조선주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권했다.

그러나 이번 선박 가격 조정은 일시적이며 값이 떨어지더라도 실제 조선업체의 수익에 바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대우증권은 이날 최근 조선주의 급락은 오히려 저점 매수기회라고 주장했다. 조용준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부에서 해상 운임의 하락으로 배값도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지만 이번 지수 하락은 구조적인 하락이 아니라 비수기이기 때문"이라며 "일감이 충분한 국내 업체들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가격에 수주를 할 가능성도 작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중에서도 크레디리요네 등은 조선업종의 성장세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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