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경제계는 "상황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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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귀국을 둘러싸고 정부는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당시 관행도 고려해야 한다''대우의 브랜드가치를 높인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는 다소 다른 시각을 보였다. 한편 대우사태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던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대우사태는 김 전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은닉재산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것"= 정부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숨겨놓은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옛 대우개발인 '필코리아'와 한남동 대지 등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누구인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 자산이 김 전 회장의 것으로 판명나면 예금보험공사는 당장 가압류 조치에 들어가는 한편, 실질적인 환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필코리아는 경주 힐튼호텔,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중국 옌볜 대우호텔, 선재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본금은 모두 86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또한 김 전 회장의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수화학 주식 22억원어치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계, "당시 상황 고려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김 전 회장은 법에 따라 사법부의 선고를 받아야 하며 분식회계, 불법대출, 자금도피 등에 대한 의혹도 철저히 규명돼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분식회계 등에 대한 처벌은 당시 사회.경제적 관행을 감악해 수위가 조절돼야 하며 그가 한국경제에 기여한 부분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오정근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분식회계를 한 것을 두고 완전히 한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전 회장의 공과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정치권과 관료의 틈바구니 속에서 대우의 브랜드가치를 만들어낸 점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맞춰 대우그룹에 대한 재평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우 입장에서 할 얘기가 있었다면 특정 시점에 맞춰 하기보다는 이전부터 제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대우사태는 김 전 회장이 자초한 결과"= 한편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위장은 "대우그룹의 해체는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에서 초래된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김우중 전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고 밝혔다. 강 수석부의장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었다.

그는 "만약 정부가 금융기관장들을 소집해 대우그룹에 정책금융을 지시했다면 국제 금융사회에서 정부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치유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해 금융지원을 중단했을 것"이라며 "당시 정부가 국제적 경고를 무시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대우그룹 지원을 지시했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5대 재벌 중 대우그룹만이 퇴출된 것과 관련해 "IMF 위기 당시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은 전경련을 중심으로 자율적 추진을 원칙으로 했다"며 "김 전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통령을 비롯한 경제장관들과도 가장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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