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발목에 망향곡매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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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봄이 돌아 왔다.모레 글피면 입춘대길의방 을 써 붙이던 입춘. 바람도 한결 싱그럽다.붐기운이 완연하다.
국토가 분단되자 정든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가족 혈육을 떠나 실향민으로 살아온지 어언 3O여년의 지겨운 세월이 흘러갔다. 그런데도 애타게바라고 갈구하던 조국의통일은 아직도 요원하기만하다.
지난달22일 전대통령의 가장 합리적인 「민족화합민족통일방안」에 뒤이어 이번국토통일원의 시범사업 제의를 보고 그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에 다시금 울렁거리는 가슴으로 이 망향곡을 적어보는것이다.
우선 남북이산가족들의그 쓰라린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하여그들간에 우편교류를 시작하고 나아가서는 서로상봉할수 있도록 실현하자는 제의다. 사실 고향을 떠나 올 그 당시의생각은 기껏 2,3개월지나면 다시 북상, 수복하게 될거라는 확신울 갖고 떠나왔던 것인데 이렇게 30여년이 될줄은 누가 알았으리오. 휴전선 고지에서 바라보면 바로 눈앞인 지척에다 고향을 두고도 피차의 생사조차 알길이 없으니 이런 답답한 비극이어디있단말인가.
서로가 한핏줄·한민족이면서 이게 무슨 무지몽매한 노릇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우선 우편교류로 서신왕래를 시작하면 이산가족의 피맺힌사연을 알수 있을게 아닌가. 한핏중 한민족이 아닌 중공이나 소련에서도 편지가 오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그러면 피차 재미있는소식을 교환하게되고 나아가서는 시일과 장소를정하여 상봉할수도 있는것이다.
서독과 동독이 그렇듯이 명절이나 크리스머스에도 서로 만나게 될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다음은 인천항과 진남포항의 우선적 개방이다. 뱃길도 빠르고 그리 멀지도 않은 서해안의 왕래로 지극히 간단하게 이루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상호간에 대화로 길을트는것, 이것이 민족통일 의첫걸음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쌍방의 생활편의를 도모하기위한 일용생산품의 교역도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다.그립던 고향의 생산품을맛보는것은 또 얼마나 복된 일이겠는가.
다음은 더 멋진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천하의 명승지인 설악산이북과 금강산이남지역을 새계의 관광지로 개방하는일이다. 이것이야말로 5천만민족은 물론 온세계의 관광객들의 숙원이요, 갈망인 것이다. 이렇게 홀륭한 천연자원을 폐쇄시켜둔다는것은 우리민족의자랑인 자연자원을 매장하는 결과밖에 안되는일인 것이다.
중공은 이미 그 만리장성을 개방하여 관광객을 받은지 오래고 이러한점은 소련도 마찬가지인것은 추지하는 사실이다.
맑은 날은 향련봉 장군바위에 올라서면 금강산비로봉이 육안으로도바라다보인다. 춘하추동사시의 변화를 자랑하는절경들이 무진장하게 비장되어있는곳이 바로 설악산이북, 금강산 이남의 관광지역이라 하겠다.
필자도 젊은 날에 봄과 가을 금강산을 찾았고 그때마다 그신비롭고아름다운 절경에 감복했던 생각이 난다.
더우기 구룡연폭포앞에서면 글자 그대로 선경이었다. 그뿐인가 만물상또한 현세를 잊게하는 마력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설악산은 금강산에서 볼수 없는 장엄함과 가을의 천불동같은 곳은 설악이 아니고는 볼 수 없는 비경이라하겠다.
여하튼 외국의 관광객들이 몰려와서는 설악산을 찬탄하지 않는이가 없었다.
다음으로는 남북간의관계개선과 상호간의 신뢰증진을 위하여 정치인·경제인·청년학생·근로자·문학예술인·체육인등 각계인사간의 상호 친선방문의 실시같은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인 동시에 상호간의 이해증진과 한핏줄 한민족으로서의 자아인식에 큰도옴이 될것이다.
더군다나 문학인·예술인들의 친선방문은 뜻깊은 일이며 실로 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털어 놓고 민족문화·민족의 전통에 대하여 교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체육인은 친선교환경기를갖기도 할것이고 86년 아시안경기대희, 88년 올림픽대회에 북한측 선수단이 판문점을 통과하여 쌍방 지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 될것이다.
문학인·예술인·학자등은 민족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민족사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한편고분의 합동발굴과 공동작업연구도 크게 도움이될것이다.
또는 남북사회의 실상을 올바르게 전달 보도하기 위하여 쌍방의 기자들의 상대방 지역내에서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방안등은 매우 뜻있고 보람있는 일로 생각되며 남과 북이서로 올바르게 인식하고이해하고 판단하는데 다시없는 좋은 방안이라고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우리는 서로가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민족경제의 번영을 위하여 남북간의 자연자윈의 공동개발과 이에 부수되는 공동이용의실현등은 매우 중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에 대비하여 우리민족은 민족화합, 민족자결로통일 단합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그 성스러운 역사적인 작업을 펴나아가기 위해 한핏줄·한민족으로서의 새로운 각오와판단으로 용감하게 진출하여 손과 손을 굳게 잡는 뜨거운 악수와 포옹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둘기떼야, 평화의 사도 전서구야, 메아리져 퍼지는 이 민족연합의 민족통일의 소리와 국토통일원이 제시하는 가지가지 화합적인 시범사업의실천방안을 내고향 북한산천방방곡곡에 전해다오. 압록·두만강을 건너 중공땅 만주대륙에 살고있는 2백여만의 우리겨례의 집단부락과 마을 마을에도 전해다오.
우리말 성서와 찬송가를 보내달라고 애원하는선량한 애국동포들의 촌락과 거리로 전해다오. 우리민족 내동포가 살고있는곳엔 그 어디나 골고루 전해다오.
평화의 사도 비둘기떼야.
▲1913년 평양출생▲42년 일본동경전수대법학부졸업▲40년 첫시집『화수원』발간 ▲1·4후퇴때월남이후 문총구국대원·육군종군작가단원으로 활약▲55년이후서울대동강사·이대·국제대교수역임▲현재세종대교수▲문총·자유문협·펜클럽한국본부등의 중앙위원역임▲시집 『송가』 (47년)『푸른 전설』(65년)『이목구비』 (65년)외 시론·논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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