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노총 분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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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최대의 노조 조직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자에서 미 노동총연맹-산별회의(AFL-CIO)의 최대 산하 조직이며 간호사.도서관 사서 등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조합인 서비스노조 국제연맹(SEIU)가 12일 이사회를 열어 180만 조합원의 AFL-CIO 탈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SEIU의 이사회는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AFL-CIO와 기본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AFL-CIO 탈퇴가 조합원들 노동조건 향상에 도움이 될 것"고 밝혔다.

WP는 이와 함께 미국 트럭 운전사 조합과 식품상업노조연합도 잇따라 탈퇴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AFL-CIO는 총 1300만 명의 조합원 중 500만 명이 이탈하게 된다. 이 같은 분열 움직임은 존 스위니 위원장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고 WP는 전했다.

AFL-CIO는 50년 전만 해도 전체 노동자의 33%가 가입한 최대 노조 단체였으나 해마다 전체 노조 가입률이 점차 줄어들면서 현재는 12%에 그쳐 노조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이 책임을 위원장 등 현 집행부에 돌리고 있다. AFL-CIO이 지지하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2차례 패배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행부가 최근 워싱턴D.C.에 수백만 달러짜리 본부 건물을 짓고 직원을 500여 명이나 늘리자 비난이 계속됐다. 이에 따라 서비스 노조를 비롯, 호텔.건설노조 등 AFL-CIO 산하 5개 산별연맹은 지난달 17일 "AFL-CIO 집행부가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과 관료주의에 빠져있다"며 "7월 대의원 총회 때까지 집행부가 개혁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노조를 탈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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