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야기]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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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와인 값 거품이 빠지고 있다. 시중에서 2만~3만원대 와인이 잘 팔리고 있으며, 1만원을 넘지 않는 와인도 부쩍 늘었다. 와인 업체들이 마케팅 방향을 '비싸고 우아한 술'에서 '대중이 즐기는 술'로 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와인은 비싼 술로만 여겨졌다. 우선 비싼 세금 탓이다. 와인 업체가 100원짜리 와인을 수입하면 세관을 통과하기 전 관세.주세.교육세.부가세 등이 68.245원이 붙는다. 여기다 와인 업체의 마진이 더해져 많게는 현지보다 두 배 이상 뛴다. 이렇게 해서 어지간한 와인은 5만원을 훌쩍 넘었다. 웰빙 열풍에 와인이 잘 팔리자 너도나도 달려들어 한 때 400여개 와인 수입 업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경쟁이 심해지자 가격 거품이 서서히 걷혔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칠레는 물론 이탈리아.미국.호주산 와인이 늘어났다. 2003년 만해도 수입 와인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던 프랑스 와인의 점유율은 올해 4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와인은 비싸다'는 인식을 깬 와인이 나왔다. 와인나라(www.winenara.com)가 파는 '버니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약발포성(기포가 약간 나는) 화이트 와인이다. 병 대신 340㎖ 들이 금속 캔에 들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한 캔당 2500원. ㈜두산 주류BG가 선보인 스페인산 와인 '발혼도'는 홈플러스에서 병당 2950원에 팔린다. 와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와인은 칠레산 '몬테스'와 이탈리아산 '빌라M'이었다. 몬테스의 경우 1만.3만.15만원대가 있는데 3만원대가 가장 많이 팔렸다. 빌라M의 소비자 가격은 2만원 선이다. 또 요즘 와인숍과 백화점 말고도 대형 할인점과 편의점에서 와인을 살 수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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