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직장암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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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화기 질환>
일반적으로 암이라고 하면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고, 암이란 진단을 받으면 곧 사망이 임박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암도 생기는 부위나 종류에 따라서는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는데, 대장암이 바로 그 좋은 예가 된다.
대장암 가운데 특히 직장암은 다른 소화기관의 암에 비해 훨씬 초기에 발견되고, 따라서 완치되는 율이 높다.
대장암이 다른 암에 비해 조기발견이 쉬운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암의 초기에 벌써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대변 장애를 일으키는 수가 많아서 환자가 병원을 찾는 시기가 빠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대장암의 대다수가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에 생기므로 의사가 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조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의사의 부주의로 이를 초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수술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경우 대변에 피가 나오더라도 치질이거나 이질에 걸렸거니 생각하고 약방에서 약이나 사먹고 지내다가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질이라고 생각하여 항생제를 사먹었는데 공교롭게도 혈변이 멎고 층상이 좋아졌다가 한두 달 후에 다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다만 다행스러운 일은 이렇게 하여 두어 달 발견이 늦어져도 암이 멀리 퍼지지 않고 대장근처에만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한편 의사의 경우,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서 직장 안을 진찰하는 소위 수지촉진법을 게을리 하여 오진을 하는 수가 가끔 있다. 손가락이 닿는 부위에 직장암이 생기면 이 진찰 법만으로도 거의 진단을 내릴 수 있으므로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든 환자에서, 특히 위장관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에서는 누구에게나 이 진찰법을 시행토록 가르치고있지만 잘 시행되고 있지 않다.
항문부위의 진찰은 우선 불결하다는 생각 때문에 이를 게을리 하기 쉬울 뿐 아니라, 부위가 부위인 만큼 여자환자를 위시하여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시행하기가 거북한 경우가 많다.
다른 기관의 암에서나 마찬가지로 대장암에서도 일단 암이란 진단이 내리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대장암의 수술은 암이 생긴 부위를 잘라내고 건강한 부위를 서로 연결시켜 주므로 장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대장암 가운데서도 직장암은 항문에 너무 가까운 부위에 생기는 수가 있어,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항문까지도 떼어내지 않으면 안될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복부에 인공 항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이 환자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이나 불편이 너무 커서 어려움을 겪는 예가 가끔 있다.
약2년전 40대 후반의 어느 기업체사장이 직장암으로 이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직후에 상황을 알게된 환자는 당시 실망이 대단히 컸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테니스도 하고 수상스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적응되었다. 인공항문을 내게되면 실제 일상생활에는 많은 불편을 겪지만 생명의 대가로 받은 불편치고는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다음은 정형외과의 주정빈 박사의「요통」이 연재됩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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