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모의 "일류선호"와 자신의 희망과 달라|면접 선택 놓고 갈팡질팡|무조건 명문택하는 건 위험부담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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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문학과를 지망한 서울 S고교 김모군(18)은 18일 새벽 담임 이교사(43)를 찾았다. 일요일인 17일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신통한 대답을 듣지 못해 면담지도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김군은 l차 선택에서 S대와 Y대에 각각 원서를 내긴 했지만 대학을 택하느냐, 전공을 고수하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다.
김군의 성적은 학력고사 2백 75점에 내신 2등급. S대에서 제1지망으로 택한 인문I계열 (영문과 포함)의 경쟁률이 의외로 낮아 2차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S대 인문 I계열은 1대1을 겨우 넘어선 상태. 반면 Y대는 3대 l에 가까운 경쟁률로 나타났다.
『아버지는 기어이 S대를 고집하고 있고, 집안의 기대도 그렇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모두 S대 출신인 김군은 S대 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집안의 압력으로 원하는 전공은 살리느냐, 약간의 가능성을 보고 S대에 2지망이라도 합격을 시도해 보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허영심에 가까운 학부모의 배지선호가 학생의 장래를 위해 도움되는 일이 아닌 줄은 뻔히 알면서도 이 교사로서는 이럴 때엔 말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버린다고 했다. S대를 택하면 전공을 고수하기 힘들고 전공을 지키려면 Y대가 좋지만 반드시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2, 3지망이 있어 합격가능성을 점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명문대를 강권하는 학부모의 욕망과 원하는 전공학과를 잡고 싶은 교육적 욕심의 조화가 어렵다.
서울 Y여고 김교사(45)도 이날 아침 똑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 13일 원서접수 마감 후 매일있는 일이었지만 김교사는 지난해 일 때문에 박모양(l8)의 전화상담을 받고 더욱 난처했다. 국문학 지망의 박양은 학력고사에서 2백45점을 땄으나 2학년 때 학교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내신은 3등급이었다.
학부모의 고집으로 K대 국문과에 원서를 내놓고 담임과 숙의끝에 S대 국문과에도 지원해놓은 박양은 최종선택으로 고민이다. 지난해 입시에서 김교사는 자기반 학생에게 전공을 택해 S대를 권했지만 결과적으로 K대도 1차 지원 결과와는 달리 최종면접에서 정원미달이 돼 학부모로부터 책망을 들었던 일이 있었다. 더구나 외형경쟁률만 볼 때 K대는 2대1이 채 못되고 S대는 3대 1에 가까와 더욱 알수 없게 됐다.
2개 대학에 원서를 내놓고 최종선택으로 초읽기에 몰린 수험생들에게 명쾌한 방향제시를 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담임교사라도 마찬가지다. 명문대학 희망학과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수험생은 예의지만 결과가 나와 있는 입시에서 욕심은 한이 없어 명문지향의 학부모와 학과를 추천하는 담임교사 사이에서 수험생은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입시를 치러 본 일선 고교교사들은 수험생들에게 학과선택을 추천하면서도 올해는 무조건 낮춰가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낮춰 보냈다가 낙방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K고교 정교사(43)는 낮춰 가는 것이 좋다는 식의 진학지도를 했다가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두고두고 원망을 듣고 있는 케이스. 의예과 지망의 홍모군(19)을 S대, Y대, K대에 모두 자신이 없어 J대로 가라고 했다가 이들 3개 대학이 모두 미달이었고 J대에서만 2대 l이 돼 낙방했던 것.
명문대보다는 희망학과를 택하는 것이 뜻있는 대학생활이나 졸업후의 후회없는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 입학에서부터 학과가 정해지게 된 올해 입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합격이란 당면목표를 달성하는데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어 때로는 「명문대 희망학과」가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합격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면 1차 선택을 2차 선택에 연결시키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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