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거미줄 영업망을 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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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 점포에서 은행 업무는 물론이고 카드.증권.투신.보험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은행들의 판매채널 구축 경쟁이 뜨겁다. 거미줄처럼 구축한 판매망을 통해 고객과 인연을 맺으면 다른 은행이나 카드.증권사에 빼앗기지 않고 특정인의 모든 금융거래를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를 만들거나 외부 제휴를 통해 금융네트워크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점포가 전국에 약 400개에 불과한 기업은행이 국내 최대의 점포망을 갖춘 우체국과 손을 잡은 것은 외부 제휴의 대표적 사례다. 우체국은 지방의 읍.면 단위는 물론이고 산간벽지에도 점포를 운용하기 때문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은행으로선 우체국의 2800여 개 점포를 지점처럼 활용하게 되면서 전국에 3200여 개의 초대형 점포망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는 국내 최대인 국민은행의 1100여 개 점포는 물론이고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의 전체 점포 수를 초과하는 규모다.

강권석 행장은 "단순히 입출금만 되는 게 아니라 통장의 입출금 기록이 가능해 기업은행을 직접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또 동원금융지주와 제휴했다.

국민은행도 외부 제휴를 통해 금융 네트워크의 기반 확충에 나섰다. 정부에서 사들인 지분(8.88%)을 활용해 필요하다면 자산운용이나 보험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 사들인 지분의 시가가 1조원을 넘기 때문에 제휴 자금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모든 종류의 금융 자회사를 내부에 확보하는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판매채널 구축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 말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켜 국내 증권사 1위를 확보한 우리금융지주는 업계 1위인 LG카드까지 인수해 금융 자회사 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금융 자회사를 갖추어놓고 어떤 종류의 금융거래든 한번 거래한 고객을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지주회사들은 특히 카드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대한투자증권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뒤 9월 지주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인 하나은행도 LG카드를 인수하거나 외부제휴를 통해 카드사를 자회사로 둘 방침이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유망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까지 지주회사에 편입했으며 내년에는 신한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해 지주회사 체제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동호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12일자 E2면의 '은행들, 거미줄 영업망을 짜라' 기사 중 '지주회사 네트워크'를 그린 그래픽에서 신한은행 로고가 잘못 나갔기에 바로잡습니다. 아래쪽이 잘못 나간 옛 로고며, 위쪽이 현재 쓰는 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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